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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갈등 없는 곳서 편한 잠을”/LA희생 고 이재성군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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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갈등 없는 곳서 편한 잠을”/LA희생 고 이재성군 장례식

입력
199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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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상복 5천교포 애도물결/주위구경 흑·백인도 눈물 훔쳐【LA 미주본사=이준희특파원】 지난달 30일 미 LA폭동때 한인업소를 지키다 총격을 받아 숨진 고 이재성군(19·미국명 에드워드 리·산타모니카대1)의 장례식이 6일 상오(현지시간) 한인사회 전체의 애도속에 거행됐다.

한인지역인 LA올림픽가 아드모어공원에서 교포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시간여 동안 치러진 이군의 장례식은 한세기에 걸친 미 이민사에서 응어리진 한과 설움,왜곡된 미국식 정의에 대한 분노 등이 뒤엉켜 무거운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장례식장에는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대릴 게이츠(LA 경찰국장)는 고의 지연조치를 해명하라」 「우리의 용감한 아들을 잃은 것을 비탄한다」는 등의 영문 현수막이 둘러쳐졌으며 장례식 내내 곳곳에서 설움에 복받친 흐느낌이 이어졌다.

LA 영락교회 안덕원목사의 사회로 치러진 이날 장례식에서 LA 침례교회 박성근 담임목사는 『이군의 죽음은 우리 한인 모두의 죽음을 대신한 숭고한 것이며 미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채 억울하게 죽어간데 대해 우리 모두 비통한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부디 인종갈등도 없고 폭력·강도·살인도 없는 평화의 세계에서 편안히 잠들라』고 이군의 넋을 위로했다.

태극기와 꽃으로 덮인 이군의 푸른색 관 옆에 자리잡은 이군의 아버지 이영희씨,어머니 이정희씨,동생 이제니양은 장례식동안 시종 침착하려 애를 썼으나 슬픔이 복받쳐 간간이 울음을 터뜨렸다.

식장에는 민주당 김대중 공동대표 일행과 국민당 김동길 최고위원 일행 등이 참석했으며 연단주위에 이상옥 외무부장관,조완규 교육부장관,그레그 주한 미 대사 등이 보낸 조화 50여개가 놓여있었다.

교포들은 대부분 검은색 상복차림으로 참석했으며 서로가 서로를 달래며 함께 흐느꼈다.

장례식장에는 ABC TV,LA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사 기자 등 국내외 보도진 50여명이 몰렸으며 행사동안 줄곧 미 NBC TV 취재헬기가 상공을 선회했다.

상오 11시20분께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이군의 관이 영구차에 실려 떠나자 수천명의 교민들은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며 이군의 마지막 길을 오랫동안 배웅했다.

주위에서 장례식을 구경하던 백인,흑인들도 이 광경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안장식을 하는 동안 이곳에서는 드문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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