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우리가 돕자” 쇼핑 행렬/“미안하다” 흑인들도 찾아와【LA 미주본사=이준희특파원】 아직도 긴장감이 말끔히 가시지 않은 LA의 사우스센트럴에서 한인교포들의 위험을 무릅쓴 재기활동이 억척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피해업소 1천8백여군데는 대부분 복구의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초토화 됐으나 피해규모가 작은 몇몇 업소가 조심스레 영업을 재개,정상활동 여부를 궁금해 하는 교민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흑인지역인 웨스턴가에서 잡화점을 하는 박광규씨(37)는 주변업소가 연기를 계속 내뿜고 있던 지난 4일부터 이미 가게문을 열고 흑인상대의 영업을 시작했다.
박씨의 업소는 지난달 30일 상품 대부분을 약탈당하는 큰 피해를 당했으나 영업 재개후 주변 생필품 상권의 괴멸로 끼니걱정을 하던 흑인들이 대거 몰려들어 전례없는 이상호황을 누리고 있다.
박씨는 『평소 흑인 주민들과 유대 관계가 좋아 상대적으로 피해도 덜했다』며 『다시 문을 열자 흑인들이 오히려 더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흑인 주민들은 박씨에게 『미안하다』 『다시 오게돼서 반갑다』고 쑥스러운 인사를 건넸는데 이곳 주민외에 다른 지역의 흑인들까지 찾아오고 있다.
또 이곳에서 가까운 데일리마켓은 폭동이 휩쓸고 지나간 30일 하오부터 곧바로 영업을 재개,평소의 2배나 매상을 올리고 있다.
업주 윤병일씨(40)는 『29일 하오 로드니 킹 사건의 평결이 보도된뒤 흑인 주민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서둘러 가게문을 닫고 귀가했다』며 『뜻밖에 큰 피해가 없어 곧바로 영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흑인타운의 여러 업주들이 6일부터 가게 한편을 치우고 노점상 형태의 영업을 시작하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버몬가의 한 꽃가게도 이날 아침 폐허가된 점포자리에 소량의 꽃을 전시해놓고 임시영업을 하고 있었다.
또 9가의 코스모스 금성냉동측은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1백10만달러어치의 물품을 약탈당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나 부서진 진열장·컴퓨터 시스템 등을 복원,내주중 영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사우스센트럴의 슬러슨 스와프밋은 6일 입주상인 회의를 열어 내주초 영업을 재개키로 결정했다.
상인들은 모임에서 다시 문을 열게되면 흑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으고 흑인 주민들에게 무상 혜택을 주는 방안을 논의했다.
상인들은 이번의 흑인폭동이 한인과 흑인들에게 친절한 업주·정직한 고객관계를 정립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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