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경찰」 청문회 대상”구원요청불구 “대기하라”/한인들 손배소 잇따를듯29일 하오 5시30분 미 로스앤젤레스 노르만디가와 플로렌스가의 교차지점.
로드니 킹 사건의 무죄평결에 항의하던 흑인시위대가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겁먹은듯한 경찰병력이 누군가의 「떠나자」는 고함과 함께 줄행랑을 치고 지원병력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는 약탈과 방화,비명과 총성,사이렌,유리창 깨지는 소리만이 온 시가지를 뒤덮었다.
이 장면은 흑인 아마추어 시진작가 티모시 골드먼이 폭동의 최초 2시간을 생생히 담은 2개의 비디오 내용.
LA타임스는 이 비디오의 입수를 주장하며 5일자 1면 머리기사로 경찰의 진압포기문제를 대서특필했다. 이 신문은 또 자체취재를 통해 경찰국의 폭동진압포기 배경을 상세히 보도,사태후 최대의 쟁점으로 떠올렸다.
ABC TV 등은 LA경찰국이 폭동발발을 예상,1백만달러의 예비비까지 책정했으며 「초기에는 철수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미 주요언론들은 『폭동은 끝났지만 경찰의 직무유기를 둘러싼 경찰간부·시민단체 사이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면서 시민들의 비난전화가 쇄도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위원회는 LA경찰국의 직무포기여부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다. 특히 골드먼의 비디오에 경찰철수후의 잔혹한 장면이 많이 찍혀있어,『진압포기를 지시한 책임자는 단죄받아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 비디오에 담긴것으로 보도된 경찰철수후 상황을 일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찰이 사라진후 하오 6시43분,백인 트럭운전사가 집단 구타당하고 있다. 흑인 1명이 「이게 바로 로드니 킹의 고통이야」라고 내뱉었다. 하오 7시39분,또다른 백인 1명이 의식을 잃고 누워있다. 한 흑인이 「이녀석 목구멍에 기름을 붓고 코에 페인트를 칠했지」라며 웃었다. 하오 7시57분,소방차들이 나타났다가 그냥 도망갔다』
LA타임스가 자체취재를 통해 지적한 초동진압 실패상황은 더욱 신랄하다.
폭동현장 근처에 위치한 77가 경찰서에는 구원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 몰린 부서장은 경찰관 20명에게 『계속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지역에서 달려온 경찰의 현장접근도 상부명령을 이유로 막았다. 당일 경찰교신기록에는 『경찰병력은 한사람도 남기지말고 문제지역에서 철수하라. 현지의 구원요청을 무시하라』는 몰린 부서장의 명령이 있었다.
이 시각 대릴 게이츠 경찰국장은 경찰국 개현반대론자들의 자금모금파티에 참석중이었고 데이비드 닷슨과 매트 헌트부국장은 이미 퇴근,집에 있었다. 또한 순찰반장의 3분의 2가 각종세미나 참석때문에 LA시를 벗어나 있었다.
이후 난동사태는 시시각각으로 확대됐지만 하오 8시까지도 경찰총동원령은 발령되지 않았다.
한 경찰간부는 『당시 경찰지도부는 어쩔줄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출동준비 지시가 내려진 후 곧이어 대기명령이 내려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지도부의 베트남화」라고 비꼬았다. 심지어 한 트럭 운전사가 구타당해 숨지는 순간 현장의 경찰통신원들은 긴급구원요청을 무전으로 보냈지만 대답은 『스탠바이(대기하라)』뿐이었다.
이같은 보도에대해 77가 경찰서의 몰린 부서장은 『폭도수가 너무 많았고 강경진압이 이들을 더 자극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변명했다. 게이츠국장도 『화재지역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의 경호에 많은 병력이 배치돼 폭력사태에 대한 대응이 늦어졌다』고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당국자들은 『폭동초반 2시간동안 30건이상의 화재신고가 접수됐지만 경호경찰 출동이 늦어 20여대의 소방차가 출동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소방소측은 『그 시각 많은 경찰병력이 54가와 알링턴가에서 아무일 없이 대기중이었다』고 비난했다.
언론보도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라 경찰의 직무유기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와관련한 청문회나 책임추궁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는 특히 한인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인변호사협회가 「경찰출동지연」을 고리로 대정부 손해배상소송을 준비중이기 때문에 경찰의 초동진압문제점 규명이 당면과제라고도 할수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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