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 노인들 모두 제 부모죠”/무의탁 23명에 무료진료·용돈/“외로움이 병인”… 매달 잔치도/후원회 조직 위해 병원건물까지 줄여 이전8일은 어버이날. 서울 도봉구 쌍문1동 달동네 입구에서 의원을 내고 있는 강희섭씨(56)는 6년전부터 이 일대의 의지할데 없는 무의탁 노인 23명에게 무료진료를 해주고 용돈을 쥐어주는 「양아들」 노릇을 해오고 있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후 상경,개업의로 나름대로 탄탄한 발판을 다져온 강씨는 87년 가을 우연히 거울을 들여다보다 자신의 얼굴에 어느덧 깊게 팬 주름살을 보고 덧없이 살아온 인생에 회의를 느꼈다.
특히 대학 재학중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전에 「남을 위해 살라」고 당부했던 가르침과 유신초기에 빈민촌에서 야학운동을 하다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던 시절이 되살아나 무언가 새 일을 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강씨는 연고가 없어 정부의 생계비 보조로 근근이 살아가는 무의탁 노인이 동네에 의외로 많은 것을 알고 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동사무소 등을 통해 무의탁노인을 찾아나서 23명의 노인에게 무료진료를 시작했다.
정성껏 치료를 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인병의 원인은 못입고 못먹는데 있는게 아니라 「말상대」가 없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깨칠 수 있었다.
강씨는 지난 90년부터는 매달 한번씩 노인들을 초청해 노인잔치를 열고 음식대접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노인돕기를 좀더 본격적으로 하기위해 도봉구청 옆에 있던 4층짜리 병원건물도 팔아 작은 곳으로 이전했고 뜻을 같이하는 이웃 50여명과 함께 「작은 사랑회」라는 후원모임도 만들었다.
회원들은 매달 온라인을 통해 1천원 이상씩 능력에 따라 정성을 모아 노인들에게는 매월 1만원씩을 용돈으로 나누어주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병원이 쉬는 일요일에도 왕진가방을 챙겨들고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나서고 있는 강씨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결국 노인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은호기자>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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