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7차 고위급(총리)회담에서 그간 지연되어온 군사와 경제 및 사회문화교류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판문점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키로 합의함에 따라 대화와 교류의 틀을 갖춘 셈이다. 남북은 이제 어느정도 대화의 틀을 세운 만큼 합의서 정신을 실질적이고 생산적으로 착실히 구현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대화의 틀이 마련됐다 해도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심경은 결코 밝지가 않다. 대화의 추진방법에 있어 남북의 의견이 다를 수 있기는 하나 합의서에 평화와 공존공영의 추구라는 기본정신이 담겨져 있음에도 이를 실천하는 공동위 구성에 근 3개월이 걸렸음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장차 3개 공동위의 운영지침과 사업내용을 수록한 부속합의서를 오는 9월까지 작성케 되어있어 남북간의 지리한 입씨름이 계속될 것 아니겠는가.
이번 구성키로한 3개 공동위의 기능은 합의서에 명시되어 있다. 군사공동위는 전쟁재발을 막기위해 상호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군축실현과 검증,대량살상 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직통전화의 가설 등이고 교류협력공동위는 자원의 공동개발,물자교류와 합작투자,이산가족의 자유왕래와 서신교환,그리고 교통통신의 연결 등이다. 북한이 성의만 보인다면 당장이라도 하나하나 성사될 숙제들인 것이다.
또하나 답답한 것은 남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했음에도 핵문제에 관해 단 하나의 합의도 이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비핵화 선언의 근본정신이 무엇인가. 서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보유 사용을 하지 않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목적에만 사용하며 상호사찰을 하기로 한 것 아닌가.
우리는 이번 회담의 큰 성과인 8·15 고향방문단 교환에 북한이 오랜만에 동의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산 40년이 지나 50년이 가까워오면서 흩어진 혈육들은 점점 고령화하고 있다. 인도적 견지에서 그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1백명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5백∼1천명의 교환방문이 바람직하며,아예 60대 이상의 경우 자유왕래의 문을 여는 것은 어떠한가. 합의된 것만해도 이산가족들에게는 큰 선물이겠으나 과연 합의대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런 점이 한두가지 아니다. 우리는 북한이 앞으로 이른바 통일전선전략대남교란책의 일환으로 8·15을 기해 서울서 추진하려는 범민족대회를 구실삼아 고향방문을 지연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미리 당부하고자 한다.
또 고향방문단과 함께 교환되는 예술단 공연을 북의 사상선전용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기를 아울러 촉구한다.
이제 남북대화남북관계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로가 민족과 통일이란 대전제앞에 가슴을 활짝 열고 합의서 실천에 팔을 걷고나서야 한다. 특히나 세기적인 대변혁시대를 맞아 북한이 진정 평화와 공존공영을 원한다면 과감한 개혁 개방과 함께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진실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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