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어린 독서로 「공감의 비평」”/“특정 방법론 보단 작가세계 이해관심/90년대 소설양식 새지평 모색”팔봉비평문학상의 제3회 수상자인 김치수씨는 문화의 주체성과 문학의 자율성을 추구한 이른바 「문단 4·19세대」의 일원으로서 문학작품에 대한 비평을 통해 그것을 찾고 세운 「현장비평가」이자,일관된 탐색으로 오늘의 비평방법론을 풍부하게 일궈온 활력적인 「비평이론가」이다.
「한글 1세대」로 자처하며 60년대 민족사관 발흥의 맥박 속에서 모색을 시작한 「문단 4·19세대」에게 주체성문제는 문화적 차원에서 식민지유제의 청산과 더불어 수많은 이식사조의 「주체적 소화」를 의미했다. 또 문학의 자율성 추구는 「역사주의」의 위험성에 눈을 돌리면서 문학에 독자적 가치를 두려는 내밀한 노력에 맞닿아 있었다.
김치수씨는 동세대의 문화적 정체성을 모색한 초기비평 「식민지시대의 문학」이래 「박경리와 이청준」(82년·민음사간)에서 마디를 이룬 수많은 작가·작품론을 통해 60년대 자유문제로부터 산업화와 소외,그리고 저항에 이르는 사회적 기미와 작품간의 상관성을 추출했다. 또 사회성과 별도로 작품이 갖고 있는 독립된 미적가치를 연구하기 위해서 러시아 형식주의와 프랑스 구조주의연구를 자양으로 작품의 내면적 구조연구에도 일관된 노력을 계속해왔다.
따라서 김씨의 비평작업은 세대적 입장에서 발원한 문화사회학적인 입장과 구조분석을 포괄하면서,실제적으로는 이 양립하기 어려운 양축 사이에서 전개된 지난하고 첨예한 진자운동의 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의식과 미적구조 사이의 거듭된 흔들림이 종합되어가는 길목에서 묶어낸 평론집 「공감의 비평을 위하여」(문학과 지성사간)가 수상작으로 선정된데 대해 김씨는 『최근에는 특정한 방법론보다 애정있는 독서로 얻을 수 있는 작가와 비평가의 공감에 관심을 갖는다. 「공감의 비평」이란 이 공감을 확대하고 이론화하는 작업일 것이다. 나는 또다시 출발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수상작 「공감의 비평을…」은 80년대 초반 『폭력이 언어에 선행하는 사회에서는 현실의 억압이 강력해지고…문학의 존재는 무력하게 보인다. 그러나 문학은…폭력과 억압의 존재를,그러한 사회의 존재를 추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입장에서 평론집 「문학과 비평의 구조」를 묶어낸 김씨가 8년여만에 새로 묶어낸 개인평론집이다. 동세대평론가인 김현에게 헌정한 이 평론집에서 김씨는 『그 사이에 우리문학은 현실과의 힘겨운 싸움 때문에 끝없은 소모전을 치르고 황폐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 질풍노도와 같은 세계에 살면서 나는 끊임없이 회의와 절망을 되풀이했다. 어떻게하면 나 자신을 지키고 문학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문열부터 박상우에 이르는 현장비평과 「19세기 사실주의의 몇가지 개념에 관하여」 등 이론비평을 함께 묶은 이 평론집에서 김씨는 궁극적으로 90년대의 변화하는 문학상황에서 새로 출몰하는 소설양식에 대한 관심과 비평방법론의 새 지평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프랑스 프로방스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대 불문과에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연암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도불,파리사회과학원대학(EHESS)에서 「정신분석비평의 분석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김씨는 수상을 위해 22일 일시귀국할 예정이다.<장인철기자>장인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