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과열현상을 보여오던 민자당의 대통령후보 경쟁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경질을 계기로 전환점을 모색하는 것 같다. 김영삼 이종찬 양쪽 진영은 그동안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과 같은 충격적인 뉴스와 남북총리회담 등 행사로 인해 생긴 냉각기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는 극한 대립의 양상을 보여왔다. 외압인지 내압인지 하는 압력설과 합동연설회 개최 여부,그리고 거기서 파생한 장외투쟁 시비 등으로 계속 잡음만 크게 울렸던 것이다.이렇게 혼선만 거듭하다보면 서로가 감정이 날카로워져 민주축제는 커녕 소란스런 추태대회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자아내게 했다. 특히 이 후보쪽에서 전당대회에서의 정견발표와 합동연설회 개최를 집요하게 요구했으나 김 후보쪽이나 중앙당은 규정에 없는 절차라며 정면 거부했다. 이로써 이 후보 진영은 개인연설회를 거부하고 대신 대규모 군중집회라는 장외대회를 강행했고 김 후보 진영은 예정대로 지역별 개인연설회를 진행시켜 온 것이다. 전당대회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가는 두 진영이 같은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지않고 제각기 따로 따로 가는 모습이 몹시 눈에 거슬린다. 본질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시비를 가려 국민과 대의원의 심판을 받을 생각은 않고 계속 절차문제에 대한 규칙시비에 매달려 있으니 민주축제를 기대하던 국민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이제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계속 규칙시비로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국민의 박수를 받지 못하는 떳떳치못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통령후보는 12월 선거에서 제대로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본선에서 승리하려면 예선부터 산뜻하게 잘 치러야 한다. 이 점을 유의한다면 지금이라도 민자당의 자유경선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룰의 틀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양쪽 진영은 정무수석비서관의 경질을 계기로 합동연설회 문제를 절충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는 것 같다.
소위 시차제 개인연설회라는 편법으로 절충한다는 것이다. 양쪽이 한 걸음씩 물러나 양보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중앙당에서도 적극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연설회 문제는 조만간 타결될 모양이다. 이처럼 절충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로가 감정싸움을 하다보면 얻는 것은 상처뿐이다. 여당이 처음으로 자유경선의 전당대회를 갖는다는 역사적 의의를 새삼 깨달아야 한다. 정치선진화와 민주화로 가는 길목에서 맞는 중대한 행사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