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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의 예언/이상석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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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의 예언/이상석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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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작가 제임스 볼드윈이 흑백차별의 가공할 최후를 경고했던 책 「다음은 불의 심판」을 펴낸 때는 1962년이었다.『그들 백인은 판사·배심원·장총과 법을 장악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공포의 권력일 뿐이었다. 백인들이 입으로만 떠들어대고 실천은 하지않는 소위 선이라는 것은 흑인을 붙들어두기 위한 허울 좋은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뉴욕 할렘가의 빈민굴에서 자라난 볼드윈은 이 책에서 자신의 유년기를 회고하며 이렇게 썼다.

불의 심판이라는 볼드윈의 섬뜩한 경고가 있은지 30여년이 지났지만 미국사회에서 흑인의 지위는 별로 나아진게 없다.

미국사회의 빈부격차는 지난 백년이래 최악의 상황이며 흑인에 비해 상대적인 부를 누리고 있는 한인교포가 이번에 흑인폭동의 집중표적이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볼드윈의 지적대로 권력은 대부분 백인들의 편이다. 사법제도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유일한 한국계 판사인 백학준씨(캘리포니아 살리나스 고등법원)도 이를 인정한다.

『흑인이 주로 선호하는 크랙(마약의 일종)을 상습복용하는 사람에게는 현행법상 통상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게 돼있다. 하지만 백인층이 많이 찾는 코카인 상용자에게는 별도의 형량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크랙과 코카인이 다같은 마약인데도 흑인은 5년 이상의 중형을 받고 백인은 벌금형이나 가벼운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흔하다』

이러한 제도적 불리함을 뛰어넘는데 필요한 흑인의 정치참여도도 여전히 낮다. LA지역의 유권자비율은 흑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이 47%,백인이 53% 정도. 그러나 투표율은 백인이 보통 80% 이상인 반면 소수계는 지극히 저조하다.

미국의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안정을 희구하는 비흑인 보수세력의 흑인에 대한 견제,반발심리 때문에 오는 6월초로 예정된 캘리포니아 예선에서 이번 사태는 오히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사태가 완연한 진정세를 보이던 지난 1일 하오(현지시간) 연방군 7사단 병력투입을 명령하는 예상외의 강경진압책을 발표하게 된 배경도 비흑인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쇼」였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흑인처우에 대한 경제·법률·정치 등 각 분야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흑인의 극한 항쟁을 경고한 볼드윈의 지적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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