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9일 발효된 남북한의 기본합의서가 충실하게 이행되었다면 남북한은 지금 화해와 군사교류·협력 및 핵통제 분야에서 획기적인 관계 개선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실천을 위한 실무협상을 지연시킨데 이어 이번 서울서 열린 제7차 고위급(총리) 회담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합의서를 자의로 해석하고 실천이 안된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고 있음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북한측에게 합의서의 제내용을 이행할 것인지,아니면 내외상황과 정치적 목적을 고려해서 단지 편의용으로 삼으려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당초 기본합의서의 조항대로라면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남북간에 논란이 될 사안이 별로 없다. 즉 오는 19일까지 시한으로 되어있는 판문점 연락사무소 설치와 함께 군사 및 교류·협력 공동위원회 구성,그리고 두 공동위가 집행해나갈 구체적인 사안별 합의서를 양측이 서명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측은 종래와 같이 합의서의 모든 조항들의 이행방안을 단일 또는 일괄합의·동시 실천을 고집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 하나 장차 남북간의 모든 문제를 고리로 묶어 하나가 안되면 전면중단,교착시키겠다는 판에 박은 전략인 것이다.
특히 연형묵총리가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합의 불이행은 외면한채 남한이 핵사찰을 내걸어 합의서 이행을 보류하고 있다고 덮어 씌우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그리고 남한의 정당·사회단체와의 통일대화 등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은 그들의 진짜 저의가 어디있는가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원식총리가 북한에 대해 연락사무소 설치와 공동위 구성 동의를 촉구하면서 새삼 7·4 공동성명과 합의서의 정신을 강조한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즉 자주는 상호인정과 법질서 존중,평화는 무력사용 금지와 신뢰구축,대단결은 인권 및 민주주의 보장에 의한 민족공동체 형성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예나 이제나 자주는 미군철수,평화는 남의 무장해제,대단결은 적화해방·통일로 인식하는 시대착오적인 속셈에 대해서 준엄한 주의환기로 봐야할 것이다.
양측이 6일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등의 교환방문을 제의하고 이에 합의한 것은 화해촉진과 관계개선을 위해 환영할만 하다.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은 인도적 견지나 방문대상자들의 노화라는 시간적 문제로도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물론 양측이 내놓은 방문단의 구성내용은 다르지만 갈라진 핏줄들을 결합시킨다는 근본취지를 살리는 것이라면 부수적인 이견들은 얼마든지 조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이를 정치 선전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뿐더러 상호방문도 1회성 아닌 장차 정례화자유화가 되도록 이번 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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