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물결·의욕적 재건 “경이”… 위상 새 인식/미 정부상대 조직대응… 비관 분위기 벗어LA사태의 와중에서 한인타운은 흑백갈등의 희생양이된 억울함도 집중조명을 받았지만 즉각적인 자구노력으로 그 줄기찬 생존력 또한 경이로움으로 부각시켰다.
복구작업의 상호부조,성금의 물결,미국정부에 대한 조직적 대응은 미국의 소수민족 사회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따라 미미한 집단으로만 치부되던 한인사회는 만만치않은 세력으로 새롭게 인식되는 분위기다.
때문에 한인타운의 재건은 생업의 복구라는 차원에서도 절실하지만 앞으로 미국에서의 한인사회 위상을 제고시키는 단초라는 점에서도 또다른 의미를 갖게됐다. 교민들 자신도 집중되고있는 시선을 충분히 인식,체계적이고 단합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재건움직임은 ▲개인복구 ▲집단적·조직적 대응 ▲성금 등 상호부조 ▲미정부의 지원 ▲한국정부,한인은행의 조력 등이다.
개인복구의 경우 전소된 업소들은 일단 보험,저리융자,보상을 기다리는 형편이나 반파되거나 약탈만 당한 업소들은 속속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전소된 업소중에서도 일부업소는 노점영업까지도 나서고 있다.
사우스센트럴지역 일부에서는 아직도 총격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대부분 한인업소들은 갑작스레 생계수단이나 생업장소를 바꾸기 곤란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영업재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폭동피해가 워낙 크고 정치적,인종적 문제들이 복합돼있는 만큼 개인차원을 넘어선 집단복구 노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20개 단체가 연합한 범교민 비상대책본부는 피해조사,미 정부에 대한 보상촉구,법률적 노력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함께 피해당사자들은 6일 하오 「4·29 대폭동 피해자 총연합회」를 결성,보험·피해보상·융자 등 당면과제를 체계적으로 처리키로 했다.
이같은 조직적 움직임은 「표」를 의식하는 미국정치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할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조직화의 효과는 이미 나타난 바 있다.
지난 2일 아드모어공원의 대규모 한인집회후 전 미국의 주요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했고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날밤 급히 교포대표들과의 면담을 요청했던 것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한인사회의 조직적 대처는 대단히 긍정적이지만 과거의 예처럼 여러 복구단체가 생겨 내분이 발생할수도 있다는게 현지의 걱정이다.
따라서 향후 대미정부교섭,성금배분 등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인단체들의 단결력 유지이다.
상호부조는 한민족의 끈끈한 정을 과시하고있다. 한국일보 LA 미주 본사를 비롯,현지 교포 매스컴·종교단체에는 벙어리 저금통을 깬 어린이 성금에서부터 기업가의 거액에 이르기까지 불과 3,4일 사이 2백만달러 이상의 성금이 몰려들었다.
차이나타운의 화교들도 한인간의 상호부조에 감동,2천여달러의 성금을 보내기도 했다.
피해교민에게 가장 절실한 피해보상·보험과 관련,한인변호사 협회 공인회계사 협회 종교단체들이 4일 무료법률 상담을 시작했다.
고려 보건재단 진료소는 부상한 한인들에 대한 치료를 4∼8일까지 5일간 무료로 해주고 있다.
글렌데일 한인연합감리교회는 정치인·정부 관계자들에게 한인들의 의견을 알리는 「편지보내기」 운동을 펴고 있으며,영문작성에 어려움이 있는 한인들에게 번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색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다양한 상호부조속에서 가장 주목되고 있는 움직임은 한인변호사 협회가 검토중인 LA시 경찰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이는 ▲경찰출동·주방위군 투입이 지연되고 ▲경찰이 한인타운 방어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중인 한인변호사 2백여명중 약 1백여명이 지난 2일 손해배상소송의 청구작업에 참여키로 했다. 그러나 『너무 조급하게 미정부와 대립관계에 서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신중론도 적지않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4일 복구지원금 6억달러조성을 발표한데다가 보험회사들이 『한인업소 대부분이 피해보상 받을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어 손해배상 소송은 일정기간 유보될 전망이다.
한인사회의 만만치 않은 대응탓인지 당초 세금감면조치가 없을 것이라던 주정부 및 LA시는 피해업소에 대해 ▲세금 납부기간의 연장 ▲재산세 면세 및 감면 ▲주류·담배세 환불 등의 비상세금 구제조치를 취했다. 여기에다 LA 외환은행이 연 6.5%의 저리로 3만달러를 3년까지 융자해주기로 하는 등 한인은행들의 융자지원책도 속속 개시되고 있다.
따라서 한인사회에는 『피해보상·보험혜택이 어렵다』는 분위기는 이제 거의 사라지고 『한인사회를 철저히 재건해 무엇인가를 보여주자』는 의욕이 부풀고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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