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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신분보장­처우개선 시급하다(대학을 살리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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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신분보장­처우개선 시급하다(대학을 살리자:10)

입력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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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강사료 주며 의보혜택도 없이/법정교수 정원 채우려 「마구잡이 채용」/일부선 생활고에 번역·잡일등… 「학문의 길」 도중포기 일쑤대학의 일부 시간강사들은 자신들을 「대학가의 파출부」 「고급일용직 잡역부」 「넥타이를 맨 보따리 장수」라고 비하한다.

K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는 시간 강사경력 4년의 홍모씨(31·K대 박사과정 수료)는 주 12시간 강의를 해서 48만원을 받고 있다.

홍씨는 모대강의를 화요일에 몰아하기 위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스쿨버스를 타고 캠퍼스로 향한다.

홍씨는 『이번학기는 강의를 몰아할수 있기 때문에 운이 좋은 편』이라며 『지방캠퍼스에 2일 연강이 있으면 주변 여관에 묵어야 하기 때문에 여관비와 식사비를 내면 적자』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사립 K대 야간에 올해 신설한 중어중문 노어노문 화학과 등 3개 학과는 시간강사에 의해 모든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학교는 재정난 등을 이유로 전임강사급 이상의 교수를 채용하지 않고 시간강사만으로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의 반발이 심하다.

18개학과가 설치된 이 학교는 모두 1백30여명의 시간강사가 강의를 맡고 있는데 전임강사이상은 4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생들은 『전임교수 1명의 비용으로 시간강사 10여명을 채용할수 있어 재단이 양적팽창에만 급급,시간강사에 의존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하는 현안중의 하나가 현행 대학시간강사제도 이다.

○사대만 2만5천명

이 제도의 근본취지는 대학이 소속교수로는 강의하기 어려운 학문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강사를 초빙,이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최신이론이나 특수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접할수 있게 하려는데 있다.

또한 교수가 되기위한 예비교수로서의 전단계 과정으로 그 의의가 있다.

대학설치 기준령 6조에는 「대학교원의 법적정원 3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교원 1인을 시간강사 3인으로 대체할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싼 값으로 교수 정원을 채우기위해 시간 강사를 마구잡이로 채용하고 있으며 시간강사는 신분보장부재와 경제적 빈곤 등 열악한 여건속에서 허덕여 결과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91년 4월현재 전국 국·공립,사립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시간강사는 모두 2만5천25명으로 집계됐다.

전임강사급 이상 교수 2만6천6백63의 93%에 달한다.

이러한 대학의 시간강사 과의존현상은 사립대학이 국·공립대보다 심하며 종합대학이 단과대보다 두드러진다.

실제 강의시간비율에 있어서도 이들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교양과목을 담당한다.

강사료는 1시간당 8천5백∼1만3천원.

사립S대의 지난 90년 1학기 교수별 담당 시간비율을 보면 시간강사가 교양과목의 81.8%를 담당했다.

유모 강사는 이에대해 『학문적 경험이 풍부한 교수들이 교양과목을 맡고 시간강사들이 전문분야별 전공과목을 강의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시간강사 과의존현상에 대해 교수들은 개선이 필요하나 대학재정형편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여대 김남일 교무처장은 『강사의존도가 높은 것은 모든 대학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획기적인 국고지원이나 법인 지원금없이 교육부의 법정교수 정원확보기준에 맞추려면 웬만한 사립대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김우창교수(영문과)는 『저임금 고용수단이라는 강사제도의 기형적 모습에서 탈피,신진연구자들에게 생활보장과 최소한의 연구시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대학의 현실은 인정해야 하지만 적재적소에 능력있는 강사를 배치,주요 강의를 맡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외대 한상경 교무부처장은 『시간강사를 직업인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시간강사는 교수가 되는 과정이며 교수 방법을 배우는 단계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강사제도의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신분보장 부재 등 열악한 처우로 요약된다.

교육법시행령 35조에 의해 「대학에서 교원이 부족하거나 교과과정 운영상 필요에 따라 총학장이 위촉」할수 있는 시간강사는 소속대학으로부터 신분증조차 발급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이들은 한학기 단위로 대학에 고용됨으로써 언제 해임될지 모르는 처지에 있으며 강의하는 대학의 도서관 등 시설 조차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또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예비군은 지역예비군에 편성돼 있어 훈련날이면 휴강을 해야한다.

무엇보다도 시간강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보수.

전임교수 1인의 월평균 급여액이 1백50∼2백만원인데 비해 시간강사가 주당 9시간을 강의해서 받는 강의료는 고작 20만∼25만원 수준이다.

이는 91년도 한국노총이 발표한 3인 가족 최저 생계비 67만여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대 공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김모씨(32)는 결혼후 자녀까지 생겼지만 강사료가 월 40만원도 안돼 고교생 과외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김씨는 영어,수학을 1주일에 2시간씩 가르치고 월 50원을 받고있는데 월말이되면 패배감과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성남 모 전문대에서 강의한적이 있는 고모씨(31·국문학)는 『이학교에서 시간당 7천8백원을 받았는데 그나마 휴일과 휴강을 제외하고 월 5만원이 수입의 전부인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전임」 조건 금품요구

최근 한 선배강사가 찾아와 『막노동자리라도 구할수 없느냐』고 부탁할때 충격을 받았다는 조모강사(34)는 『대부분의 강사들이 번역이나 학원출강,과외뿐아니라 이삿짐센터 잡역부 등으로 부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조씨는 『사무실은 커녕 책상조차없은 상황에서 강의에 맞추기 위해 잔디밭이나 카페등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같은 현실때문에 강단에 섰던 많은 강사들이 도중하차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파행적인 교수임용제도와 관련된 부조리도 시간강사들을 울린다.

일부대학에서는 전임강사로의 채용을 조건으로 시간강사에게 무료강의를 강요하기도 하며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시간강사들은 자신들의 인사권을 쥐고있는 해당대학이나 출신대학 교수들의 눈치를 보느라 학문적 발전 가능성 및 다양성을 묵살당하고 있다.

3년간의 강사생활끝에 지난 90년 사립S대 조 교수가 된 이모씨는 『전임이상 교수채용시 능력이나 전공의 적절성이 기준이되는 것이 아니라 인맥이나 학연에 치우치기 때문에 출신대교수나 취업희망대학 교수에게 매달릴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박모강사(35)는 『전임채용 조건으로 1∼2년간 무료강의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며 모대학 지방캠퍼스의 경우는 수억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시간강사제도의 문제점을 해결을 위해 시간강사 신분보장과 강의료 인상 등을 주장하며 지난 90년 출범한 전국대학 강사노동조합은 지금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합법성을 인정받지못해 획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사노조 초대위원장 조재희씨(34·고대 정외과 박사과정수료)는 『강사문제를 단순히 처우개선의 차원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며 『신분 및 생활보장은 물론 강사채용 자체를 제도화,공개화하는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 이돈희교수(교육학)는 『시간강사를 현재의 예비교수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할것이 아니라 본래의 취지대로 대학에 몸담고 있지 않은 전문분야 요원 등 교육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예비교수들에겐 박사후 연구생제도(Post Doctor)를 도입,연구나 강의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대학이 전임교원을 최대한 확보해 시간강사는 보충인력으로만 활용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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