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정책부재… 무소속 페로 “어부지리” 기대LA 흑인폭동으로 부각된 인종문제가 6개월 남은 미 대통령 선거에서 대권의 향방을 가름할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LA 흑인폭동은 이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이 사태의 원인과 근본적인 치유방법을 둘러싼 대통령 후보들의 불꽃튀는 설전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사태악화를 우려해 폭동발발 초기 입장표명을 자제했던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지난 2일 『이번 사태의 책임은 부시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말로 포문을 연후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예비선거가 끝난뒤 본격적으로 전개될 TV 정책토론 대결에 앞서 기선을 잡기위해 공화당 집권 12년 동안 심화된 빈부의 격차와 소수인종의 생활수준 악화를 집중 비판하고 있다.
당초 이번 LA사태가 정치쟁점화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부시 진영도 클린턴 후보가 만만치 않은 기세로 바람몰이에 나서자 반격을 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부시 진영은 『약삭빠른 클린턴 후보가 정치문제가 아닌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고 개인비방 차원의 강도높은 대응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시 진영은 이번 사태의 원인보다는 결과를 부각시키며 「법과 질서의 수호」라는 공화당 정권의 기존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 후보가 인종문제에 대해 열띤 공방전을 벌이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로스 페로 후보도 뒤질세라 이에 가세하고 있다. 페로는 NBC TV에 출연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우선 상황 파악을 위해 LA로 달려갔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어정쩡한 자세를 꼬집고 나섰다.
그의 이같은 비판속에는 지난 20여년간 미국사회에서 내연돼온 인종문제를 마치 모르는척 외면해오다 막상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일이 터지자 입으로만 호들갑을 떠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냉소가 담겨있다.
사실 공화·민주 양당은 지난 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로 촉발된 흑인 폭동이후 각기 다른 정치적 계산에서 인종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회피해 왔다. 민주당은 인종문제를 잘못 건드릴 경우 백인표는 물론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소수 유색인종의 지지까지 잃게 될까봐 핵심을 피해 변죽만 울려왔다.
유복한 보수 백인계층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공화당은 인종문제는 개인 각자의 문제일 뿐 국가정책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런 이유로 정치분석가들은 인종문제에 대한 부시와 클린턴간의 논쟁이 격화되면 될수록 무소속인 페로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지 모른다고 전망한다. 공화·민주 양쪽진영 모두 뾰족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논쟁은 서로 흠집내기식의 인신공격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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