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독재때 살찐자 배제를”/이멜다 라모스등 치명타/교계선 “정치개입” 반발도/후보난립·군부 쿠데타설 등에 갈수록 혼미【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필리핀 대통령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대통령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뚜렷한 선두주자 없이 혼전을 벌이고 있어 선거결과에 대한 시계는 거의 제로상태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다 쿠데타설이 난무하는가하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가톨릭교계가 선거전에 본격 개입,교계지도자간 반목까지 야기되고 있어 선거전은 더욱 혼미상태로 치닫고 있다.
필리핀 가톨릭의 최고지도자인 신 추기경이 최근 가톨릭 유권자들은 「마르코스 독재시절 혜택을 입은 자들,압제자와 강탈자」에게 표를 던지지 말 것을 강조하는 목회서신을 발표함으로써 종반 선거전에 엄청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서신은 낙선시켜야할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자 7명 가운데 적어도 4명이 그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돼 그렇지 않아도 난형난제식의 치열한 접전을 보이고 있는 선거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 추기경의 이같은 노골적인 정치개입은 그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수준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다른 교계지도자들로부터 불만이 노출되고 있다.
그가 낙선시켜야할 대상으로 지목한 후보자가 당선되는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가톨릭교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교회의 정치참여 논란으로 이어져 대선 못지 않은 안팎의 쟁점으로 비화됐다.
신 추기경의 서신에 대한 비난은 세부교구의 리카르도 비달대주교로부터 나왔다. 그는 『가톨릭교계의 한표라도 그런 식으로 던져져서는 안된다. 교회는 단합과 평화에 기초하고 있고 그밖의 다른 것은 분파주의적인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국민의 85% 이상이 가톨릭인 필리핀에서 종교지도자들의 정치적 입장표명은 선거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이같은 교계의 논쟁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신 추기경의 「폭탄선언」은 때마침 파다하게 퍼지고 있는 선거전 쿠데타 기도설과 맞물려 선거양상을 더욱 혼미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필리핀 군부의 반란기도 세력은 선거일인 오는 5월11일 이전에라도 부정타락선거의 징후가 나타나면 쿠데타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쿠데타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란군인 단체인 「젊은 장교연맹」은 반란군이 이미 지역적으로 조직됐으며 그들 대부분은 군부가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실제로 각 후보 진영 등 기존정치권은 선거결과 어느 후보도 확고한 승리를 이루지 못한채 후보간 표차가 아슬아슬하고 폭력과 부정 매표행위 등이 난무할 경우 군부가 정권을 탈취할지도 모를 가능성에 한결같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후보자중 현재 그런대로 선전하고 있는 인물은 아키노 현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목,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전 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 출신인 피델 라모스,진보당 당수인 전 상원의장인 조비토 살롱가,민주필리핀투쟁당(LDP) 당수인 전 하원 의장인 라몬 미트라,전 대법원장 출신인 미리암 산티아고씨 등이 꼽히고 있다. 고 마르코스 대통령의 미망인 이멜다는 예상과는 달리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각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가 서로 다르고 설사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별차이 없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누가 과연 대통령이 될지는 예측 불허인 상태.
이런 가운데 신추기경이 낙선시켜야할 대상으로 지목한 후보자는 마르코스 친구이자 아키노의 조카로 마르코스집권 20년 동안 부를 축적해온 재벌기업가인 에드아르드 콘주앙코를 비롯,마르코스시절 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신교도인 라모스,같은 신교도인 살롱가 전 상원의장,그리고 이멜다 등 4명으로 분류되고 있다.
나머지 아키노 대통령의 파트너였던 부통령 살바도르 라우렐 등 3명은 가토라릭 교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봐야한다.
필리핀 대선은 후보난립과 쿠데타 가능성 등과 함께 갈수록 혼탁과 타락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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