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한인상권이 흑인 폭동으로 하루 아침에 폐허가 되고 말았다. 외로운 이민길을 떠나 휴일도 없고 밤낮도 가리지 않고 뼈빠지게 고생해서 일구어 놓은 삶의 터전이 졸지에 잿더미로 돌변한 것이다. 이런 뜻밖의 재앙에 현지교민들은 넋을 잃고 있다. 흑인폭도들이 기습방화를 덤빌때에는 울음이나 절규라도 터뜨렸지만 그것도 잠시뿐,앞으로 살아갈 일을 생각하면 기가 막힐뿐이다.그래서 본국에 있는 우리들은 한숨과 실의에 젖어있는 같은 핏줄의 동포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생각해야한다. 폭도 흑인들을 원망하고 미국사회의 병폐를 개탄하기에 앞서 우리가 서두를 것은 우선 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용기와 도움을 주는 일이다. 이미 현지에서는 본보 미주본사와 현지 한인단체들을 중심으로 한인구호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활동에 들어갔지만 본국에서도 뜨거운 동포애로 그들을 감싸주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록 몸은 조국을 떠났다고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핏줄이다. 본국에 있는 우리역시 그들의 숨결을 바로 옆집에 있는 것처럼 가까이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서 서울 특별시 나성구라는 별칭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다른나라에도 지진이 일고 홍수가나면 지구촌의 이웃으로서 구호의 손길을 뻗쳐온 우리가 같은 동포의 슬픔을 외면할 수는 없다.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인지 다같이 생각해보자.
정부는 정부대로,각종 종교 사회단체나 기관은 또 그들 나름대로,그리고 일반 국민은 개인적 사정에 따라서 제각기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때이다. 정부차원에서는 미국정부를 상대로 우선 현지교민의 안전을 보장받는 일이 급하다. 외무부가 서울주재 미국대사를 불러 긴급구호를 요청하는 것도 외교적으로 밟아야할 순서의 하나이겠지만 피해규모가 워낙 엄청나고 사태자체가 워낙 중대하기때문에 필요하다면 특사파견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피해보상은 물론이고 미국 경찰이 한인촌의 구호요청을 외면하면서 한·흑간의 갈등으로 사태초점을 전환시키려는 의혹여부도 따져야할 것이다. 뉴욕 등 다른 지역으로 폭동이 확산될 경우에도 같은 피해와 의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대미협상관계 이외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국내조치도 있을 것이다. 국회도 외무위를 열거나 조사단을 파견하여 필요한 입법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나 국회 등 관에서 하는 구호지원활동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민의 마음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이 한데모여 동포애의 홍수를 이룬다면 나성구민들은 잿더미에서 다시 기적을 재거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동포애를 발휘하는 한국과 한국인을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들이 다시 쳐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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