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란 참으로 소중하고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이번 LA폭동사건도 그 진원을 따지자면 법이었다. 정의·공평성을 벗어난 법이 잘못 제정되어도 안되지만 온전한 법을 편견·차별속에 엉뚱하게 적용해서도 큰일이 난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전국적 분노를 촉발시켰던 너무나 분명한 경찰관들의 인권유린 및 폭행사건이었다. 그런데도 검은걸 희다는 식으로 배심원들이 무죄 평결해 버렸으니 무사할리가 없었을 것이다. ◆흑백간의 구원이야 미국건국초부터의 흑인노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어서 오래된 앙숙관계라치자. 그런데 이민 역사가 일천한 우리 교민들이 집중타 당하는 것은 마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과 다름이 없다. 이번 평결과정에서도 백인우월 주위에 사로잡힌 그곳 법원과 경찰에서 법상식마저 무시한채 심리하고 흑인기피증 인사들로 배심원을 구성하는 등 무죄평결을 유도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오늘날 나라의 틀이 제대로 유지되고 기능하려면 사법과 조세제도부터 철저히 확립되어야 한다. 기업과 경제활동의 60% 이상이 국가조세권의 밖에서 이뤄진다는 남미의 페루가 빈곤·무질서의 내란사태에 직면해있고,세계의 선진국으로 뽐내어온 미국마저 이번 사태로 영·불·독 등 여타선진국으로 부터 『미국에서는 정의가 편견에 의해 조롱받고 있다』는 핀잔마저 듣고 있어 체면이 말이아닌 지경이라고 한다. ◆이번사태는 수많은 교민들의 안전 및 손실구호문제를 떠나서도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준다. 이미 국내에서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불공정 처리여파가 6·10시민항쟁으로까지 번지지 않았던가. 그리고 변협에 의해 최근 공개됐던 사법부 부조리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세간의 조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안기부 흑색선전물 투입사건에서도 뻔한 배후마저 우리수사기관은 밝혀내지 못했었다. ◆그러고 보면 법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법이야말로 국가공권력으로 그 준수가 보장된 현실적인 정의인 것이다. 이번기회에 모두가 법과 정의에 대한 외경심을 한층 깊이 심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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