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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공개」 수술 불가피/상장기업 부도… 검찰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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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공개」 수술 불가피/상장기업 부도… 검찰 칼날

입력
199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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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못가려 대주주들 투기 강화/실질심사 강화·기준 상향등 절실신정제지 부도사태와 관련,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을 밝힘에 따라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정제지는 지난 1월23일 증시에 상장됐고 상장후 석달만인 지난달 29일 부도를 내 증권가에 충격을 줬었다. 특히 기업공개 및 부도처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발견됐고 이에 검찰이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부도의 가장 큰 의혹은 어떻게 상장직후 부도날 부실기업의 공개가 허용됐느냐 하는 점. 현재까지론 이 회사 유홍진대표가 재무제표 등 기업경영 관련 서류를 많이 조작해놓았고 증권사나 당국은 관례대로 서류분석만을 토대로 공개절차를 밟다보니 부실상장이 됐다는게 설명의 전부다. 상장기업의 거짓 서류에 증권 유관기관들이 당했다는 식의 설명이다. 또다른 쟁점은 이 회사 대주주인 대신증권 계열사의 내부자거래 의혹. 이 회사에 출자한 대신개발금융과 대신첨단투자조합이 상장직후에도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20억 정도의 시세차익을 올려 미리 자기몫을 챙긴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증권계에선 검찰수사로 까지 비화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공개 제도 자체를 대폭 손질해야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부도를 일으킬만한 부실기업은 아예 증시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공개요건을 비롯한 현행 상장제도를 보완,강화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공개를 재테크수단으로 악용,엄청나게 치부를 하며 증시를 투기장으로 몰고갔던 80년대 말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기업공개의 부작용을 줄여나갈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의 상장기업 부도사태는 이미 80년대 말부터 안으로 곪아오던 구조적인 부조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올들어 부도를 낸 상장기업은 10개사로 이런 추세대로라면 사상최악을 기록한 지난해(13개사)보다 더 늘어날 전망.

이들 부도기업은 대부분 88∼89년에 상장됐고 한결같이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정부는 「기업공개 드라이브」정책을 강화,우량이고 부실이고 옥석을 가릴틈없이 무더기 기업공개가 이뤄졌다.

87년까지 매년 기껏해야 수십건에 불과했던 공개기업은 88년 1백12개사,89년 1백35개사로 급증했다. 정부는 당시 주가가 매년 배가까이씩 상승,증시가 너무 과열됨에 따라 진정 대책차원에서 공개를 마구 허용했다.

기업대주주들은 이 틈을 타 공개전 물타기 증자와 발행가 부풀리기(뻥튀기) 등을 통해 주가를 한껏 부풀려 놓은뒤 주식을 처분,엄청난 자본이득을 챙겨갔다. 88∼89년 2년간 기업공개에 따른 대주주의 자본이득이 무려 4조5천억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와있다.

기업공개가 이같이 대주주들의 재테크수단으로 전락,단물은 다 빼머고 껍데기만 증시에 상장돼 있으니 약간의 경기침체에도 상장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부실기업 공개러시와 이에따른 증시의 투기장화는 89,90년의 부동산투기로 이어져 우리 경제를 근본부터 뒤흐드는 시발점이 됐다.

산업자본의 원활한 조달을 통해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던 「기업공개」가 투기를 낳고 경제의 거품을 한껏 부풀리더니 결국 경제의 안정기반마저 깨뜨려 놓기에 이른 것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이제부터라도 기업공개의 본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느슨해져있는 공개요건을 바짝 조여 우량기업만을 선별,공개시켜야 한다.

특히 부실 중소기업들의 부도가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자본금기준,이익률기준 등 공개자격을 보다 상향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제도보완과 함께 공개대상기업의 실제 경영상황을 현장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재의 실질심사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순익부풀리기,매출액 늘리기 등 부실분석이 일반화돼있는 기업회계 질서를 바로 잡을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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