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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흑백갈등 “핵폭탄”/흑인 차별정책… 항시 폭발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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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흑백갈등 “핵폭탄”/흑인 차별정책… 항시 폭발 소지

입력
199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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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균등 혜택 묵살된채/좌절·소외속 밑바닥 생활/「구조적 뿌리」 개혁없인 치유 어려워『미국에서 사형제도가 부활된 76년 이후 처형된 사형수 1백44명중 흑인 살해혐의로 처형된 백인은 단 1명도 없었다』

미 조지아주 형무소에 수감중이던 흑인 사형수 워렌 매클레스키는 지난해 연방대법원에서 이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냈다.

재판이 배심원의 평결 및 판사의 판결에 의해 이뤄지는 현 사법제도하에선 편견이 개입될 소지는 충분히 있다는 주장이다.

많은 미국의 정치,심리,사회학자들은 이번 로스앤젤레스의 흑인폭동은 미국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모순이 표출된 것에 다름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흑백문제는 과거에도 끊임없이 있어 왔고 또 내연돼 왔으며 언제라도 「세계인종의 전시장」인 연방국가를 공중 분해시킬 수 있는 핵폭탄과 같은 것이었다. 즉 이번 흑인폭동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일종의 「흐름」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인구의 11.7%를 차지하는 흑인들은 매일매일 노예 이민의 후예라는 심리적 콤플렉스와 소외감을 느끼며 백인 평균 수입의 10%밖에 안되는 가난 속에서 미국사회의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

미국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과 우월의식은 지금도 그들의 의식저류에 깊이 흐르고 있다. 백인은 40년대까지만해도 흑인과 같은 수도꼭지도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흑인이 이웃에 이사오면 얼마후엔 백인들이 한둘 다 떠버려 그 동네가 흑인동네로 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직도 백인남자가 흑인여성과 결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백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그들끼리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개인차원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흑인은 지저분하고 게으른 경향을 보이며 미국사회의 밑바닥을 이루고 있고 마약,폭력,에이즈 등에 관련돼 있다.

백인은 이것을 흑인이 열등하고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또 지능검사 등을 동원해 이를 입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능검사조차도 백인문화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흑인이 사회의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회제도,정책 등 구조적인 문제에도 기인한다고 말하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는 단순히 흑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유색인종에 까지 해당된다. 이런 점에서는 흑백문제가 아니라 백인과 유색인종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자칭 「기회균등」과 「문호개방」이 가장 보장된 선진국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아직도 흑인들은 곳곳에서 차별받고 있다.

기껏해야 「인간쓰레기 처리장」으로 자조되는 군대만이 유일하게 인종차별이 없는 국가기구로 통하고 있는데 그것도 지난 48년 트루먼 대통령이 「군기회균등」에 대한 대통령령을 내린후에 가능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번 흑인폭동 사건에서 무고한 한인교포가 「희생양」으로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하고 있다. 즉 이런 경제적 좌절감과 백인에 대한 넘을 수 없는 심리적 열등감이 소수민족에 대한 공격으로 왜곡 분출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백인사회에서 느끼는 흑인들의 이러한 구조적 차별에서 오는 좌절감과 심리적 콤플렉스가 치유되지 않는 한 그들의 불만은 언젠가는 또 터질 수 밖에 없으며 한인들에게 불똥이 튀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의 흑백문제는 치유되기 힘든 아킬레스건으로서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미국사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조상욱기자>

◎LA 폭동 3일째 상황

▲로스앤젤레스 및 인근지역의 폭동으로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약 1천3백명이 부상,3천10명이 연행.

▲부시 대통령,「로드니 킹」사건 관련자들의 인권침해 여부 재조사 지시.

▲백악관측은 이미 배치된 6천명의 주방위군을 증강하기 위해 연방군 파견방침 발표.

○시애틀·아틀랜타 확산

▲흑인 주민 밀집 사우스 센트럴지역에 최대 피해 발생. 소요는 롱비치,산 베르나르디노,할리우드,베벌리 힐스,산타 모니카 등 LA시 등 미 전역으로 확산.

▲LA시에는 현재 야간 통금령이 선포.

▲샌프란시스코 및 아틀랜타 등 인접도시에도 비상사태 선포.

○시 발표 피해액 25억불

▲LA 시장 사무실은 총피해액이 25억달러에 이른다고 발표.

▲미국전역의 도시에서 시위 발생. 샌프란시스코,아틀랜타,라스베이가스,시애틀 등 몇몇 도시에서는 항의시위가 폭력사태로 발전. 특히 미국 최대도시 뉴욕에 주방위군 투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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