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따라 양측 도덕성 기로에/경선끝 복잡… 틈새 봉합 난망집권당 사상 첫 자유경선을 표방했던 민자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이 선거운동기간의 절반도 못넘긴 시점에서 흙탕물로 얼룩진채 뒤뚱거리고 있다. 후보등록을 전후한 초반부터 외압설,대의원 매수설 등 갖가지 잡음에 시달리더니 급기야 가락동 중앙교육원 매각 의혹이 제기돼 김영삼대표와 이종찬의원 등 두 후보 진영의 긴장감이 비등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이 「노심」을 앞세운 김 대표측의 불공정 사례 시정을 거듭 요구하며 중대결심 뜻을 언명한 이후 터져나온 교육원 매각의혹은 사태전개에 따라 경선양상에 큰 굴곡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의혹제기의 실제 진원지가 어디이든 김 후보측은 이 후보 진영을 지목하고 있고 반면 문제의 핵심열쇠는 김 후보 진영의 김윤환 전 총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진영이 이번 의혹설에 직간접으로 깊이 연루되고 얽혀있어 앞으로 밝혀질 사실여부는 양진영의 정치적 진로에 큰 타격을 가할 수 밖에 없다.
풀어 말해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태우대통령김 대표김 전 총장으로 연결되는 라인의 도덕성이 심각히 훼손된다는 얘기다. 반면 이 후보측이 단순한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당안팎에 엄청난 충격을 안길 수 있는 문제를 흘렸다면 이에따른 정치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경선과정에서 돌출된 교육원 매각의혹은 진상규명 차원을 넘어 양진영의 도덕성 여부를 가름짓는 잣대가 돼버린 형국이다. 김 전 총장이 해당사안의 경위를 서둘러 해명하며 『추잡한 정치공세』라고 일축한 것이나 이 후보 진영이 비난성명을 내며 당무회의 소집 등을 요구한 것은 이번 사안의 의미가 그만큼 중대함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와함께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그동안 세 경쟁과정에서 쌓여왔던 양진영의 감정대립이 거의 화해가 불가능할 정도까지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가 최근 모양 갖추기식 경선을 배격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이래 경선양상과 그 결과가 한바탕 곡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일로 경선의 뒤끝이 복잡해질 것은 더욱 명확해졌다.
한마디로 대선으로 가는 예비선거로서 당 결속과 화합의 축제분위기로 이끌겠다던 당 지도부의 거듭된 공언은 처음부터 좌초되고 있는 셈이다. 성급한 관측통들은 벌써부터 『모양새를 갖추려다 당의 분열만 심화시켰고 이제 그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컨대 『어느 후보가 후보로 선출되든 「상처뿐인 영광」일 수 밖에 없고 비록 분당 등의 최악의 상황은 배제한다고해도 두 진영의 갈라진 틈이 워낙 넓고 깊어 이를 봉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와관련,당의 주요관계자는 교육원 매각 의혹설에 김 후보와 김 전 총장은 물론 노 대통령까지 연루되고 있는 것에 유의하며 정상적인 경선궤도가 이미 무너졌다고 말하고 있다. 잇단 외압설 등 경선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승자는 아량을 패자는 축하를」이라는 게임의 룰이 당초부터 먹혀들지 않게끔 경선구도가 짜여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매각의혹설은 경선가도에 놓여져 있던 시한폭탄의 뇌관을 건드린 셈이 됐고 따라서 경선차제가 『완승 아니면 완패』의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게 됐다는 얘기이다.
이같은 잠재된 폭발성과 그 후유증을 감안한 때문인지 양진영은 일단 표면적으로 상호충돌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형으로만 볼때 김 후보 진영은 『사실무근의 정치공세에 맞대응 하지 않고 대의원 확보를 위한 스케줄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고 이 후보 진영도 『의혹부분의 진상은 분명히 가려져야 하지만 이 문제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은 없다』는 태도이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겨 들어가면 이 문제의 민감성과 이를 보는 두 진영의 이해 저울질이 쉽게 드러남도 사실이다. 김 후보 진영은 범계파 추대위 발족 등 초반의 과속에 따른 일부의 사시와 견제가 부담스럽던 차에 전후야 어떻든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지자 지지표의 동요를 내심 우려하는 눈치이다. 반면 이 후보 진영은 구 민정당 연수원의 매각의혹에 따른 민정계의 공분을 적이 기대하고 있으며 이것이 김 후보 쪽으로 몰려가는 듯하던 대세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교육원 매각의혹이 던진 이같은 파문을 엮어보면 이 문제가 최소한 경선과정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것은 틀림없다. 이 파문이 정치공세 여부를 둘러싼 양 진영의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질지,또는 감정대립으로 인한 경선과정의 파행으로 연결될지,아니면 세흐름의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초점은 역시 정확한 진상규명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관계자들이 계약서 공개 등 보다 명쾌한 입장을 보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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