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속 진화 속수무책/총상자 물밀듯… 대참사 우려/주방위군 긴급배치… 각급 학교 휴교령○대낮같이 주변 밝아
○…로드니 킹 사건에 불만을 품은 흑인들의 방화·기물파괴·약탈 등으로 LA는 사상최대의 인종폭동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시내 일원은 교통이 거의 마비된채 가히 광란의 무법천지를 연상시키고 있다.
로드니 킹 사건평결이 발표되자 관심속에 TV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모두 어이없다는듯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정인 시미밸리 지방법원 앞에 모여 평결 결과를 기다리던 2백여명의 흑인들은 『정의가 없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하오5시께 에이미 교회에서 시작된 항의시위로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된 흑인들의 시위는 시간이 지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흑인들이 가담하면서 수가 급격히 불어나 점차 폭동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시내 곳곳에서 건물에 방화하고 주유소 및 차량 등을 파괴하는가 하면 일부는 상점에 침입해 물건을 약탈했다. 흥분상태에 「집단최면」이 걸린듯한 일부 흑인들은 그동안의 쌓인 울분을 토로하듯 백인 한인 등 가림없이 폭행을 가했다.
흑인 밀집지역인 사우스센트럴 지역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는 흑인들의 방화로 1백50여개 건물이 어둠속에서 하늘 높이 불기둥을 내뿜으며 화염이 주변을 대낮같이 밝혔다.
흑인들은 지나가는 백인은 물론 교포들의 차까지 쇠파이프·각목 등으로 부수었다. 또 일부 멕시코계 미국인들까지 흑인들에 합세해 약탈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시내 중심가에서는 수백명의 흑인군중들이 시청과 경찰국을 에워싼채 중무장한 경찰과 대치상태에 있다.
흑인들은 건물 주변을 완전 차단한채 경찰국 초소를 불태우고 교통신호 등을 포함한 공공기물을 파괴했다.
보수적 견해를 반영해 왔던 LA타임스 신문사 본부 건물 주위에도 흑인들이 몰려들어 『편향보도 시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항의를 벌이고 시내 가판대에는 LA타임스지는 보이는 즉시 불태우기도 했다.
○인종갈등 증폭조짐
○…톰 브래들리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즉각 시 일원에 비상사태를 선포.
브래들리 시장은 ▲총기·탄약의 판매·운반 및 ▲자동차 주유용도외에는 가솔린 등 인화성 물질판매를 금지시켰다.
브래들리 시장은 또 만약의 사태에 대비,초·중·대학 등 전체 학교에 대한 휴교령을 선포했다.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브래들리 시장의 요청에 의해 폭동지역에 주방위군 병력배치를 지시했다.
한편 흑인 인권운동가들과 종교계 지도자들은 폭동지역을 돌며 자제를 당부하고 있으나 사태는 인종갈등으로 확산되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될 조짐.
○…LA국제공항 주변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이 삼엄한 경비에 들어간 가운데 공항인근에도 화염이 치솟아 조종사들이 항로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녁 9시 이후엔 수천명으로 불어난 흑인들이 백인들의 거주지역인 베벌리가로 이동하기 시작해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는 등 시시각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도 평결에 반대
○…톰 브래들리 시장은 평결에 대한 담화문을 통해 『이번 평결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흑인에 대한 또 한번의 모욕적인 태도』라고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한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러나 정의는 계속해서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을 것』이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헬기 동원 긴급보도
○…CNN,ABC,NBC,CBS 등 미국의 주요 TV 및 라디오 방송들은 대부분 정규방송을 중단한채 폭동현장을 긴급보도했다.
그러나 분노한 흑인들의 난동으로 취재진의 현장접근이 불가능해 헬기 등을 동원해 상황을 좇고 있다.
CNN TV는 신원미상의 한 여인이 일단의 흑인들에게 주유소에서 끌려나와 구타 당하는 모습을 방영했으며 ABC의 현장보도 TV화면에서는 기자들의 차량이 흑인들이 던진 돌에 파손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일부는 위독한 상태
○…경찰은 최소한 1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병원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이날 저녁 늦게부터는 총상을 입은 환자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밀려들고 있다고 전하고 일부 환자는 생명이 극히 위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27년만의 최악 사건
○…로스앤젤레스의 대규모 흑인 인종폭동 사태는 지난 65년 이후 27년만의 대사건.
그동안 끊임없는 인종갈등·빈부격차로 인해 소규모 폭동양상이 있어 왔지만 지난 65년 이른바 「와츠폭동」 당시 6일간 계속된 난동으로 34명의 사망자와 1천명 이상의 부상자 그리고 4천만달러 상당의 재산피해가 나는 참사가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검사는 『이번 사태는 갑자기 폭발된 분노가 폭동으로 비화된 최악의 악몽』이라며 와츠폭동의 재판인 대참사가 될 것을 우려했다.
상점의 한 점원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요인에 대해 『흑백차별에 따른 분노』라고 간단히 답변했다.
○화염지역 계속 확산
○…이번 폭동으로 곳곳에서 방화가 발생했으나 소방국은 동시 다발로 불이 발생하는 바람에 속수무책.
소방국의 한 관계자는 출동을 하려해도 어느곳부터 가야할지 모를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표정.<미주본사=특별취재반>미주본사=특별취재반>
◎재판관할 시미밸리는 경찰촌/배심원 구성에 영향… 의혹 불러
○…「로드니 킹」 사건으로 결국 오는 7월쯤 사임할 것으로 알려진 대릴게이츠 LA시경국장이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백인 경찰관들의 「폭력성」보다는 킹의 「위법성」을 더욱 부각시키려는듯한 인상을 줬던 것도 흑인들의 반감과 불만을 고조시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이 사건이 로스앤젤레스시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사건은 인근지역으로 이관해 재판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사건을 시미밸리 법원에 할당한 것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시미밸리 지역의 경우,퇴역 경찰 및 소방관들의 집단촌으로 흑인인구가 고작 2%에 불과할 정도로 백인 집단거주 지역인데다 재판을 맡을 배심원들이 인구비율에 따라 구성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의 재판이 백인 폭력 경찰관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었다.
12명의 배심원 가운데 백인 10명,스페인계 1명,아시아계 1명으로 이루어진 점도 비난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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