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비디오촬영 공개 “파문”폭행경관에 대한 무죄평결로 최악의 유혈인종폭동을 촉발케한 로드니킹사건은 지난해 3월3일 로스앤젤레스 외곽도로에서 경찰차가 한 과속차량을 추적하면서부터 비롯됐다.
문제차량의 운전자는 당시 25세의 흑인청년 로드니 킹. 무장하지도 않고 경미한 교통법규를 위반했을뿐인 이 흑인청년에게 스테이시쿤 등 4명의 LA경찰국소속 백인경관은 5만볼트짜리 레이저전기총을 발사하고 머리·목 등을 곤봉으로 56차례나 무차별 폭행했다.
2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시 집단구타로 전직 건설노동자였던 킹은 뇌손상은 물론 11군데나 골절상을 입었다.
목격자가 없었더라면 흐지부지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한 시민이 우연히 81초간의 현장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방송국에 제보,TV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영되면서 보는 이들을 전율케 했다.
경찰의 가혹행위장면을 접한 시민들은 로스앤젤레스의 치안총수 대릴게이츠 시경국장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연방정부측은 가혹행위에 가담한 4명의 경찰을 구속하고 주위에서 구경하던 11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이 사건이 인종차별에 기인했다는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더욱 증폭됐다.
사건발생직후 미 시사주간 타임지와 CNN방송이 행한 여론조사결과 43%의 응답자가 이 사건의 배경에 인종적 편견이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더욱이 이번 무죄평결을 결정한 12명의 배심원단에 흑인이 단 한명도 포함돼지 않았던 사실도 이번 사건이 인종폭동으로 비화되는 기폭제의 구실을 했다. 사건당시 비디오테이프를 검토한 경찰자체진상조사단마저 경찰들의 행위가 경찰본연의 행동지침을 넘는 과잉반응이었음을 시인한바 있다.
따라서 이번 평결에 대한 일반적 관심은 혐의 경찰관의 형량이 얼마인지에 모아져 있었다. 그러나 평결결과는 정반대였다.
폭행경관 4명중 3명은 무죄이며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겨우 과잉 폭행한 혐의에 관해서만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마저 배심원간에 합의를 못본 「심리무효」로 사실상 무죄로 나왔다. 변호사들은 당시 로드니 킹이 마약에 중독돼 극히 위험한 상태로 경찰이 자기방어를 위해 그런 행동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고 변론했다. 비디오를 36차례나 검토한 배심원들은 경찰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귀결로 이어졌다.
당연히 이기리라 생각했던 민권단체와 흑인들의 분노는 그만큼 컸다. 걷잡을 수 없는 울분이 치솟은 것이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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