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하오6시 싱가포르 미라나 만다린호텔 5층 회의실. 공사발주자인 홍콩의 재벌합작 회사인 선택 시티개발과 시공자로 선택된 한국의 현대·쌍용건설 컨소시엄간에 싱가포르 최대 건물이 될 「선택시티」 건설공사에 대한 공사계약 서명식이 있었다.이 공사는 게약규모가 6억8천만달러로 근래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중 보기드문 굵직한 일거리다.
「선택시티」는 연건평 17만평으로 동남아에서의 최대 회의·전시장과 쇼핑센터,45층짜리 오피스빌딩 2동 등을 갖춘 종합건물이다.
이날 서명식에 참석한 한국건설 회사 임직원들의 얼굴은 지난 6개월여동안 발주와 가격을 놓고 밀고 당기는 입찰과정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듯 밝고 무척 홀가분해졌다. 이 공사에는 당초 영국 호주 일본 등 6∼7개 건설업체가 응찰,치열한 경합을 벌인끝에 우리의 현대·쌍용이 따낸 것이다.
계약서명을 마찬 정훈목 현대건설 회장과 김석준 쌍용건설 사장은 똑같이 『이번 수주는 해외에서 국내 건설업체간에 과당경쟁을 벌이지 않고 서로 협조해 얻은 개가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경험을 모델로 삼아 앞으로 해외에서 우리 업체끼지 서로 협조하는 한 단계 발전된 기업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해외건설 수주과정에서 국내업체끼리 피나는 싸움을 해 가격을 낮춰 결국 우리나라만 손해 본 경험을 돌이켜보면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입찰에는 현재 이 공사의 기초 시공을 맡은 일본의 니쓰마쓰·싱가포르 람창건설이 공동으로 응찰,우리나라 기업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다 입찰가격에서 2백만달러란 아슬아슬한 차이로 탈락하고 말았다.
우리측 건설회사 관계자들은 우리업체끼리 경쟁을 벌였더라면 1백% 탈락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발주자측은 우리업체가 서로 경쟁을 하지 않자 당초 입찰조건과는 달리 컨소시엄이라도 개별 견적을 내도 좋다는 등 가격을 낮추기 위해 경쟁을 유도했으나 우리 두 기업은 서로 끝까지 협조하며 이에 말려들지 않았다.
고층건물의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운 싱가포르에서 쌍용은 최고층인 73층의 라플스시티 빌딩을,현대는 최대규모의 상가 사무용 콤플렉스인 마리나타운을 건설해 그간 신뢰와 기반을 쌓아왔다. 우리나라의 두 건설업체가 서로 손잡고 일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흐뭇함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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