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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TC 밀반출 길 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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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TC 밀반출 길 터(사설)

입력
199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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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외화 밀반출을 엄격하게 단속한다고 해왔으나 사실상 밀반출의 구멍이 휑하게 뚫려져 있었다. 검찰에서 이번에 적발한 여행자 수표(TC) 밀반출사건은 은행이 공공연히 범법행위를 해왔고 또한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데 아연실색할뿐이다.은행은 우리나라의 직장 가운데서도 그래도 윤리성이 확립된 기관으로 손꼽힌다. 이제 은행에서마저 직업윤리성이 상실되고 있는 것 같아 좌절이 크다.

이번 여행자 수표 밀반출 사건은 은행이 여행자 수표판매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규정을 무시하고 밀수 금은상,환전상 등 무자격자에게 마구잡이로 여행자 수표를 판매한데서 나온 것이다.

은행규정에 따르면 해외여행자에게 여권사본을 받고 원본과 대조한뒤 5천달러 한도내에서 원화와 교환으로 여행자 수표를 끊어주게돼 있다. 국내 은행들의 여행자 수표 위탁판매 수수료는 판매액의 0.57%,달러당 3∼4원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여행자 수표는 5개사에서 발행된 것인데 이번 사건에 관련된 것은 아멕스,시티 콜,토머스 쿡 등 3개사이며 외환은행 비자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2개사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이번 사건에 관련된 7개 시중은행들이 수입증대 수단의 하나로 지점별로 월평균 1백50만달러내지 3백만달러의 무리한 목표를 시달했고 이에 따라 관련 직원들은 여권원본을 대조하기는 커녕 금은방 등 대고객을 찾아 출장판매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판매분은 여행사들과 결탁,여권사본을 대량으로 넘겨받아 정리했다는 것이다. 여행자 수표는 금속성분이 코팅된 달러·엔화 등과는 달리 X레이 투시기 등 검색기에도 나타나지 않아 해외재산 도피자,밀수업자 등 불법 외화 반출자에게 인기가 높았다. 돈세탁에도 이용됐을지 모른다. 검찰이 적발한 것은 3년동안에 걸친 2억4천만달러(한화 1천8백억원). 이 가운데 지난해 유출될 것은 1억3천만달러로 우리나라 여행경비 부문 국제수지 적자(3억9천만달러)의 3분의 1에 상당한다. 검찰측은 이번에 적발된 여행자 수표액수는 유출된 외화의 약 절반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출은 현금이 빠져나간 것인데 실제로 위장거래에 의한 유출을 감안한다면 그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번 여행자 수표 밀반출 사건은 과거 달러의 암시세가 공정환율보다 높았던때 발생했던 불법 달러 환전사건과 유사하다. 그러나 은행이 공개적으로 경쟁적으로 불법적인 행동을 자행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행자 수표 밀반출을 근절하려면 은행창구의 「정직」이외에는 효과적인 대책이 없는 것이다. 은행에도 직업윤리의 회복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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