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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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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생운동은 어디로 가고있는가. 요즘 대학은 과격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고 표면상 정상을 되찾은 것 같다. 한동안 눈을 찌르며 콧물을 터뜨린 최루탄 냄새와 화염병 불길은 거의 사라졌다. 그렇지만 아직은 「상황 끝」이라고 단정하기엔 시기가 이르다. 학원내의 갈등과 대립요인이 여전히 깔려있으며 침체한 운동권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벌써부터 전대협은 5월투쟁을 예고한다. ◆고 강경대군 1주기를 맞아 대학가가 잠시 술렁거렸다. 추모행사에 이어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그 아픈 상처에 또 하나의 슬픈 희생자가 생겼다. 강군의 모교인 명지대 학생과장이 학생 시위에 대비하다 과로로 쓰러져 그대로 숨졌다. 학생과 공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안팎 곱사등이 같은 신세로 순직한 교직원의 최후가 야속하고 한스럽다. 누가,무엇이 그를 죽였는가. ◆시대를 고뇌하는 젊은 지성들에게 철학자 러셀의 말을 거듭 들려주고 싶다. 「세계의 걱정거리중 하나는 어떤 특정한 것을 독단으로 믿어 버리는 습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의문에 차 있으며 이성있는 사람이면 자기가 절대로 옳다고 무턱대고 믿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우리 의견에 어느정도 의문을 품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대학인의 온당한 사고방식일 것이다. ◆갈등과 대립을 과격한 폭력으로 풀어가려는 자세야말로 반지성적이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투쟁이 만능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 학생운동이 먼저 깨달아야할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변화의 인식이다. 낡은 것을 새것이라고 우기고 믿는 것은 편견이자 교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운동의 새 방향은 여기서부터 모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감정에 움직이는 행동에 앞서 이성에 물어봄이 대학생다운 모습이다. 극한적인 구호와 자극적인 차림으로 학원과 거리에 뛰어드는 풍경은 세상이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자기존중,자기인식,자기통제,이 세가지가 자주적인 인생을 인도한다」는 시인 테니슨의 충고가 귓전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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