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보다 높아 정당성 상실/유신때 제정… 사고운전자가 헌법 소원헌법재판소 전원 재판부(주심 한병채재판관)는 28일 사람을 치고 도주한 운전자 최영기씨(50)가 낸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5조의 3 제2항 1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피해자를 치어 숨지게한 뒤 다른 장소에 버리고 도주한 사고운전자를 사형·무기 또는 10년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규정은 헌법상 법치국가의 기본원리인 과잉 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세계 어느나라 형사법 정형에도 이 사건 법률 조항의 해당범죄처럼 과실범을 사형에 처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 범죄의 법정형 하한을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인 징역 5년보다 2배나 높게 규정한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사건은 죄질의 형태와 정상 참작의 폭이 넓어 탄력적으로 운용돼야할 성질의 것인데도 법정형이 최하 10년 이상 징역으로 규정돼 정상참작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등 지나치게 형벌이 가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이 72년 유신선언으로 국회가 해산된뒤 비상 국무회의가 입법권을 대행하면서 제정한 것임을 지적,『자의적으로 과잉 입법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위헌결정으로 이 조항이 소급돼 실효된다해도 같은 범죄는 이 법 5조의 3 제1항 1호(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흡수되고 적극적인 유기치사는 별도로 경합가중 처벌할 수 있으므로 처벌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89년 11월16일 하오 6시께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무단횡단자를 치어 숨지게한 뒤 면목동 쓰레기 하치장에 버리고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2심인 서울고법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자 90년 헌법소원을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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