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근로자들과 정치지도자들은 올해 임금인상률 결정과 관련해 흥미있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근로자들의 파업에 내각과 의회는 자신들의 봉급삭감으로 「명분」을 다투고 있다.독일전역의 공공서비스 부문 근로자들은 27일부터 임금인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일제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주 체신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시작된 이번 파업은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종사원들과 청소원등이 모두 참가,70년대 이래 최대규모다.
공공서비스 노조는 5.4%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전체 산업의 임금인상을 5%이하로 억제한다는 방침에 따라 4.8% 인상을 고수하자 노조원 90% 이상의 지지로 파업을 결정했다. 공공서비스 노조에 이어 4백만명의 회원을 가진 독일 최대의 금속노조도 고용주단체의 3.3% 인상안에 맞서 다음주 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이같은 파업사태에 직면한 콜 총리 등 정치지도자들은 동독재건 비용부담으로 인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에 공동대처하기 위해서는 동독주민들과의 연대의식」이 필요하다며 근로자들의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이와함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자신들의 봉급삭감을 잇달아 제의하고 나섰다.
콜 총리는 지난주 자신과 연방정부의 장·차관 52명의 봉급을 5% 삭감할 것을 내각에 제의했다. 이 제안은 29일의 각의에서 채택될 것이 확실하다.
이어 제1야당 사민당일색인 서독지역 6개 주 총리들과 동독지역의 집권기민당 소속 디프겐베를린 시장(주총리급) 뮌흐 작센안 할트 주총리 등 8명은 자신들의 봉급인상 동결을 표명하고 나섰다.
다만 사민당수 엥 홀름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주총리는 『기업 단체 및 노조의 간부들과 기업 간부들도 봉급인상 동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의회쪽도 의원수당을 삭감할 자세다. 쥐스무트 연방의회 의장은 26일 의원 6백62명의 수당을 5% 삭감,절약되는 3백75만마르크(약 17억원)로 「동독주민 생활개선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의원수당 삭감은 이미 집권연정의 기민당과 자민당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자로서 주목되는 것은 언론 등 여론이 근로자들의 파업을 비난하거나 정치지도자들의 「모범」을 칭찬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속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나 재정적자속의 정치지도층의 절약솔선은 모두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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