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세계최대의 섬유부자인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기름을 펑펑쓰고 있다. 우리는 호화의류·가구·외제승용차의 매입 등 사치성과 소비의 풍조를 규탄하면서 에너지의 과소비에 대해서는 무심했다. 그러나 우리가 정녕 각성해야 하는 것은 에너지의 과소비와 낭비다. 우리의 에너지소비 증가와 이에 소요되는 자금의 증대가 가공하다.동자부에 따르면 89년 이후 에너지소비는 매년 평균 약 10%씩 증가했다. 경제성장률을 앞질러왔다. 에너지소비가 지난해에 10.9% 증가한데 비해 경제성장은 8.4%를 기록했고 올해도 에너지소비 10.3% 신장에 경제성장은 7내지 7.5%로 예상되고 있다.
전력·가스·휘발유·중질유·경유 등의 석유류 제품 등 각종 에너지는 경제발전에 따라 소비가 늘게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에너지소비 증가는 동태적인 경제의 활력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동력자원부의 관계자들은 에너지의 과소비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86년 이후 유가의 하락,둘째 노사분규등에 따른 자동화 설비투자의 증대,셋째 승용차·트럭·선박·항공기 등 수송수단의 급증,넷째 주택 2백만호 신축과 기존주택의 대폭개량,다섯째 에너지 다소비형 고층빌딩의 건축붐 등이다. 에너지소비는 전통적으로 공장 등 제조업부문이 주종을 이루어왔고 증가율도 높았으나 86년 이후에는 비제조업 분야의 소비증가율이 주도했다.
에너지소비 형태가 변화한 것이다. 석유소비 증가율을 보면 86∼88년 11%,89년 14.6%,90년 23.2%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승용차용으로 주로 쓰이는 수송용 휘발유는 매년 평균 35%의 고속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전력도 빌딩,상가 등에 사용되는 상업서비스 전력소비증가율이 전체평균 증가율보다 배나 된다. 연평균 23%다. 한편 가정용의 도시가스 소비증가율도 약 70%가 된다. 이와같은 에너지소비의 광적인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0.2%,3.7%다. 우리와 경합관계에 있는 대만도 6.6%이다.
통찰해야하는 것은 이 엄청나게 소비가 폭주하는 에너지의 90%를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91년 에너지수입액은 1백25억달러. 이중 석유가 1백2억달러로 절대다수의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97억달러였다. 에너지가 총수입에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다. 유가가 저렴해서 그렇치,만일 폭등했더라면 무역적자는 1백억달러를 훨씬 넘었을 것이다. 우리는 에너지소비의 향연을 이제 멈추어야 한다.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에너지절약 대책을 입안,강력히 집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에너지절약 대책은 위기시의 반짝으로 끝났다.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국제수지의 개선을 위해서도,가계를 위해서도 에너지소비의 효율화와 절약이 필요하다. 70년대의 「에너지 위기」를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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