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무서운 기록이 우리에게 엎치고 덮친다. 윤화왕국의 자리를 계속 고수하고 있는 처지에 강간범죄 발생률은 세계 3위로 나타났다. 20개 나라중 미국과 스웨덴 다음이라니,이것도 범위를 좁히면 동양에선 으뜸인 꼴이다. 인터폴의 외국범죄 통계비교표에 따르면 살인 강도 등 흉악사건은 적은 편이라고 하나 결코 위안거리가 되지 않는다.성범죄는 사람의 인격과 가정을 한꺼번에 파괴해 버리는 핵폭탄과 같은 극렬한 사회악이다. 그런 뜻에서 살인과 맞먹는다.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극악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전통이 잔존하는 사회에선 더욱 그러하다. 여자의 성은 생명이상으로 귀중하기 때문이다.
성범죄의 유형은 여러 갈래다. 몇년전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인신매매나 가정파괴범죄는 강간과 맥을 같이 한다. 이젠 좀 가라 앉는가 했더니 오히려 치한의 발호가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어찌하여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참담한 자문과 반성이 있어 마땅하다.
성의 도덕을 성벽처럼 높이 쌓고 금기시한 유교의 전통이 일시에 사라짐과 더불어 향락주의가 범람하면서 성개방의 어설픈 물꼬를 터놓았다. 개방주의를 무턱대고 배격함이 아니라,우리는 그 소화과정이 서투르고 성급했다. 성의 타부를 봉건의식으로 몰아붙이고 개방을 방종으로 잘못 받아들인 것이다.
여권신장과 평등을 강조하면서도 성을 놀이개나 욕구발산의 분출구로 삼는 낡은 의식은 청산하지 못했다. 젊은 세대가 방황하는 까닭의 한 측면을 알만도 하다. 게다가 정력과 보신주의의 성행이 성도덕에 치명타를 가했다. 해외에 나가 벌인 정력식품의 탐닉은 성범죄에 자극제가 되었다고 해서 변명할 말이 없을 줄 안다. 여기에 사회전반에 파급된 도덕성의 붕괴가 범죄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거나 다름없게 되었다.
80년대말의 조사결과가 벌써 이런 증상에 경각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여성의 94%가 성범죄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음이 드러났다. 실제가 그렇다.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과 버스에도 치한의 몰염치가 동승하고 있는 실정은 공공연하다. 여성들의 차림이 지나치게 노출되고 자극적인 외설물의 번창함도 성범죄 증가의 요인으로 꼽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속수무책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가정파괴범에 대한 형사적 응징이 사형선고와 집행으로까지 강경하나 근본치유책이라고 단언 못한다.
성범죄의 가해자는 대체로 혈기가 팔팔한 10대와 20대이다. 그들이 과연 학교에서 어느 정도의 성교육을 받았는지도 의문이다. 성교육에서 도덕성의 비율이 어떤 수준인지도 모호하다. 성범죄 세계 3위의 치욕은 단편적인 대책으론 못없앤다. 성과 생명을 동일시하느 사회분위기와 기강확립이 전제되고 교육이 뒷받침 해야 비로소 해결의 단서가 잡힐 것이다. 치부는 숨기는게 손해이다. 드러내놓고 다뤄야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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