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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 못잡은 경선초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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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 못잡은 경선초반(사설)

입력
199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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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이 다음 대통령후보를 자유경선에 의해 뽑는 민주축제를 벌인다고 해서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국민들은 지금 실망하고 있다. 민정계 반김영삼 진영의 단일후보 조정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외압설에 이어 김영삼­이종찬 대결로 구도가 잡힌 뒤에도 제2외압설이 나오는 등 뒤숭숭하다. 그런가 하면 양쪽진영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과열 혼탁 조짐까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구당 위원장의 지지서명을 받기 위해 때아닌 관직공천설,금품수수설 등이 나도는가 하면 하루 한건씩 상대를 공격하는 쟁점공세가 권위주의 시대의 여야투쟁방식을 닮은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따르고 있다.또 양쪽진영은 서로 자기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단합모임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 모임을 둘러싸고 서로가 더 많은 지구당위원장을 참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진영 모임에 나가지 못하게 회유,방해하거나 협박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당대회가 공고된지 불과 수일밖에 되지 않았고 후보등록도 아직 안된 상태에서 벌써부터 이렇게 과열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전당대회에서 이기려면 표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식의 세몰이 붐몰이는 누가 보아도 상식이하의 시작이다. 민주경선의 축제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런식의 득표활동은 물줄기를 제대로 잡은 것이 못된다.

무엇때문에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려 하는가. 자신이 대통령후보가 되어야할 역사적 당위성은 무엇인가. 장차 대통령이 되면 국가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의 국가관이나 정치철학은 무엇인가. 당권을 잡으면 민자당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당내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개혁안을 갖고 있는가. 이런 등등의 문제에 대한 비전과 소신을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이다. 자기의 비전을 제시하고 거기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순서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지지서명부터 하라는 것은 선후가 바뀌었다. 김 대표나 이 의원은 특정선거구에서 출마할 국회의원 후보나 지방의원 후보가 아니다. 전국민을 상대로 지지를 얻어야 할 대통령후보를 전제로한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는 민자당의 대의원만을 상대로 한 당내 행사가 아니다. 국가적이고 국민적인 중대행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시각에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국민이 낯을 찡그리는 추태가 나올 수 없다. 차분하고 깨끗하고 정정당당한 글자 그대로의 자유경선이 되도록 여당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야당들도 본받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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