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개헌회의 구성·내년 2월 총선등/야선 「시민불복종 운동」 맞대응지난 5일 초헌법적 친위 쿠데타를 감행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이 22일 기존 정치구조를 완전히 뒤엎은 정치일정을 일방선언해 또다른 충격파를 던졌다.
페루군부의 후광을 등에 업은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7월5일 국민투표 실시 ▲8월5일 헌법개정 국민회의 구성 ▲11월8일 지방의회 선거 ▲93년 2월28일 총선실시 및 ▲93년 4월5일의 의회개원 등의 주도면밀한 정치일정을 발표했다.
이같은 초강경 정국구상은 무엇보다 페루 야당세력의 후지모리 타도투쟁을 격화시켜 만성적인 정치혼란을 부채질한 가능성이 크다.
후지모리의 정치일정은 결국 개발독재인 「4월 유신」 체제를 발족시킨다는 계획이지만 대다수 야당세력들은 반정부 무력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정국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사실 후지모리의 「캄비오(개혁) 90」 당은 현재,60석 정원의 상원에서 12석,1백80석의 하원에서는 27석 밖에 확보하지 못한 원내 제3당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국주도권 장악을 노리는 후지모리의 입장에서 보면 헌정중단 강행에 이은 총선실시 등 「개발독재 시나리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후지모리는 의회해산 조치이후 여러번 『우리는 보다 새롭고 능률적인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바닥을 청소해야한다』고 개발독재 출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한 후지모리는 국민의 85%가 헌정중단 조치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개발독재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페루 야당세력은 『후지모리는 헌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더이상 페루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전제,산 라몬 제1부통령을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시켰다.
또한 반 정부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산세력을 비롯,페루야당 진영은 전국에 걸쳐 대대적인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정치혼란과 군부 쿠데타로 점철된 페루 현대 정치사를 돌이켜볼때 후지모리의 「4월 유신」을 둘러싼 갈등양상은 군부개입 등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물론 남미정치에 영향력이 큰 미국과 미주기구(OAS)가 더이상의 파국상황에 제동을 걸겠지만 후지모리의 개발독재 구상은 앞으로 상당기간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페루 전 인구의 10%도 채안되는 지배집단이 부와 권력을 독점해온 페루의 부패구조가 후지모리의 정치적 의지만으로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6월 남미 최초의 동양계 대통령이 된 후지모리에 대해 페루 국민들은 불안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