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 중심 당운영 체제 개선촉구/정치적 배경 이질감 의식 화합강조국민당은 22일 상오 서울 타워호텔에서 총선이후 처음으로 전국지구당위원장 간담회를 갖고 향후 당의 진로와 대선 대비책 등을 논의했다.
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지구당위원장들은 그동안 선거과정을 통해 느껴온 고충과 당내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지도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위원장들은 대체로 정주영대표의 「권위」를 의식한 때문인지 초반에는 완곡한 표현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발언자가 한두명씩 늘어나면서 점차 열띤 분위기로 이어졌고 일부 위원장은 중앙당에 대한 불만토로와 함께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는 드문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날 모임은 재벌기업을 기반으로 탄생한 국민당이 기성정치권과 접합되는 과정의 내부진통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또한 신생정당으로서 당내 민주화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계기를 제공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위원장들의 문제제기중 눈여겨볼만한 대목은 정 대표 개인에게 집중된 당운영 방식에 대한 지적. 위원장들은 『대선을 앞두고 조직·기획·홍보물를 담당하는 전문팀이 있어야 한다』는 건의를 비롯,『정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혼자 차치고 포치는 활약을 했다』는 비판성 찬사에 이르기까지 당조직의 보다 공적인 운영을 직간접적으로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이제는 정 대표 개인에게만 의존할게 아니라 제도화되고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가운데 당이 운영돼야 한다』고 전제,『대선은 보다 조직적이고 기능적으로 치러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원장들은 또 대부분의 정치초년생들인 중앙당 사무처 요원들에 대한 불만도 털어 놓았다.
인천의 한 위원장은 『현대에서 온 유능한 인재들이 기업형태의 첨단 운영방식을 구사해 도움이 컸다』고 이들의 역할을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현장감각이나 정치적 센스는 미흡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의 한 위원장은 선거운동 기간중 정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한번도 들르지 않은 것에 섭섭함을 표시하면서 『선거와 관련된 소송에 중앙당이 재정지원을 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깅원에서 당선된 한 위원장은 『중앙당이 지구당 위원장을 우습게 알고 명령을 하달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중앙당은 지구당과 명령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협력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관계를 맺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국민당이 「정책정당」으로서 갖춰야할 면모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인천의 다른 위원장은 『당이미지 가운데 극복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좀더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20∼30대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나 국민당은 아직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자리매김」 되어있지 않다』고 전제한뒤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이들 계층을 겨냥해 2천년대를 내다보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여성위원장은 여성유권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뒤 『국민당이 여권신장을 위해 다른 당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위원장들은 이밖에 자신들의 다양한 정치적 배경과 이에따른 이질감을 의식한 때문인듯 위원장 합숙연수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간담회의 사회를 직접 맡아본 정 대표는 위원장들의 발언수위가 점차 높아지자 다소 멋적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체로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정 대표는 중앙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은 한 당선자의 발언에 『제대로 뒷받침도 못했는데 당선되느라 애썼다』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기도 했으나 『오늘 오간 얘기는 중앙당 사무처가 당운영에 참고하기 바란다』고 즉석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국민당은 이날 간담회를 마찬 뒤 위원장들을 대상으로 그간 신문광고 등 홍보전략에 대한 평가,정 대표 지원연설이 득표에 미친 영향,지구당 운영 개선점 등 29개 항목의 설문조사를 했다.
국민당의 이같은 당내여론 수렴작업이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새로운 시도로는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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