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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원수」하의 북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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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원수」하의 북한(사설)

입력
199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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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일성이 아무런 군경험­군경력이 없음에도 아들 김정일에게 원수칭호를 수여한 것은 권력이양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번 김정일의 군사지휘권 장악은 작년 12월24일 당6기 19차 전원회의서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한데 이어 지난 13일 김일성이 대원수로 올라섬으로써 예고됐던 일이었다. 우리는 원수칭호 수여로 북한의 실질적인 통치권자로 부상한 김정일이 워낙 베일에 싸여온 인물이라는 점에 장차 그가 북한을 어떻게 이끌것이며 나아가 남북한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깊은 관심을 갖고있는 것이다.김일성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이른바 아들에게 권력세습을 위해 지난 20여년간 매우 계획적이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1973년 9월 당5기 17차 비밀전원 회의에서 김정일을 당비서로 선출,후계자로 지목한 것을 시발로 80년 10월 6차 전당대회서는 당중앙위정치국 상무위원,비서국비서,당군사위원으로 내세워 권력전면에 나서게 했으며 90년 5월 최고인민회의 6기 1차회의서는 자신이 위원장인 국방위원회의 수석부위원장으로 임명됐었다.

그동안 김일성은 당·정부·군부내에서 권력의 부자세습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가차없이 숙청·제거했으며 이번 원수칭호 수여로 아들이 명실상부하게 당·정·군권을 장악케 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떻든 우리로서는 김정일의 실질적 권력장악에 대해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그가 철저한 군사노선을 지향하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억합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무엇보다 경제파탄을 초래케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후진국의 극렬분자를 비밀리에 훈력시키고 무기지원과 테러수출을 일삼았으며 남한에 대해서는 KAL기 폭파,아웅산 테러 사건 등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또 안으로는 「주체사상과 혁명적 수령관」을 바탕으로 3대 혁명소조를 지휘하여 이른바 속도전 사상전 운동전으로 모든 주민들을 선동·혹사하는 한편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은채 세계청소년학생 축전개최,서해갑문공사 시공,그리고 개선문과 주체사상탑 인민대학습당 능라도 경기장 등의 건립및 대외과시를 위한 평양시의 대대적인 재개발 등을 통한 자금낭비로 극심한 경제난,주민의 생활난을 초래케 한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물론 일부에서는 김정일이 김일성과는 다른 혁명2세대이기 때문에 국제기류를 쉽게 수용하여 장차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기대할 수 있고 또 남북한 관계에도 획기적인 개선을 낙관하는 측도 있으나 안이한 기대와 낙관은 피해야 한다.

오히려 군권까지 장악한 김정일이 북한이 처한 오늘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파상적인 대남교란과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마저 결코 배제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이 작년말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를 「김정일지도자 동지 주도하에 남측으로부터 항복을 받은 문서」라고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음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김일성의 북한」이 아니라 전혀 예측불가능한 「김정일의 북한」을 연구하고 철저히 대응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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