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외압」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관전자들을 화나게 한다. 「외압」 얘기는 권위주의 시대의 어두웠던 시절을 연상케할 뿐 아니라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할 사안에 있어서는 안될 외부영향이 스며들고 있다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민자당의 후보경선은 한 정당의 행사일뿐 아니라 국가운영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라는 점에서 관전자들은 시시비비를 가릴 권리가 있다.
박태준 최고위원이 갑자기 후보출마 포기 결정을 한 진짜 배경은 청와대의 입김과 안기부의 압력때문 이었다는 것이 거의 공지의 사실이 돼버렸다.
박 최고위원이 정말로 외부압력 때문에 도중하차를 했는지 본인 만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중요한 것은 「외압설」이 민자당의 경선구도에 엄연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여권의 핵심부는 이미 자의적인 경선구도를 설정해 놓고 경선이 이 방향과는 달리 진행될 경우 또 다른 「외압」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노태우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경선의 최대관건이라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온갖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민자당 총재인만큼 후보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정치행위로 용납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민자당 후보경선은 집권당이 사상 처음으로 자유경선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 성패는 정치권 전체의 한 단계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후보경선의 관리책임이 있는 민자당 후뇌부는 자유경선을 위한 완전한 분위기를 조정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당대회를 30여일이나 앞두고 있는 시점서 「외압」얘기가 계속 나온다는 것은 민자당이 추구하고 있는 자유경선의 의미를 퇴색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민자당 후보경선은 12월 대통령 선거의 예선에 불과하다. 본선에서 대통령을 뽑는 것은 2천9백여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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