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도 살기가 무척 조심스러운 세상이다. 공해·교통사고·산업재해·질병·천재지변 등등 곳곳에 온갖 장애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누구나 그런 화를 당하면 하루아침에 장애인된다. 어제가 바로 장애인의 날이다. 이 날을 계기로 장애자에 대한 기본인식부터 바뀌어야겠다. 지금과 같이 장애인들만의 날이 아니라,나라나 국민 모두가 다함께 장애문제에 대비하고 장애인 복지 문제를 자기일처럼 세심히 점검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보사부 추계로만 전국에 97만여명의 장애인이 있고,이들이 80.8%가 후천적 장애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가 있는 것이기에 이날은 우리 모두의 날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장애인을 귀찮게 여기고 외면하려는 오늘의 풍조나 각박한 인심의 어리석음이야말로 제얼굴에 침뱉기와 다름이 없다.
현실은 도대체 각박하기만 하다. 보사부 추계와 달리 세계보건 기구는 전체인구의 10% 정도를 장애인으로 보고있어 실제숫자는 최고 4백만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날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도 여러모로 푸대접만 당하고만 있는 실정이다. 먼저 장애자를 위한 수용시설이 지체장애자 33곳,정신장애자 41곳,중증요양원 30곳 등 일뿐이다. 이 정도의 시설로는 기껏해야 1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들 시설도 대부분 단순요양 시설이어서 장애인들을 격리시키는 의미가 강한 소극적 대책일뿐,적극적으로 장애인 요양은 물론 재활과 자립을 위하 시설은 6곳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보다 적극적 대책이 긴요하다.
지난 75년 선포된 장애인 선언은 장애인들의 인간존엄과 동등한 권리향유를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말로만 끝난감이 없지 않다. 장애인 선언 15년이 지난 90년에야 장애인고용촉진법이 겨우 제정되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3백인 이상 업체에 2%이상의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취업은 법정의 27%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럴듯한 선언에다 법률까지 만들었으면 누구나 지켜야 하고 정부당국도 감독과 제재를 보다 철저히 해야한다. 장애인의 생활편의를 위한 시설과 혜택도 대폭 늘려야 한다.
앞서 지적한 요양·재활시설 부족에다 장애자 전용 편익시설이란 눈을 씻고서도 찾아보기 어렵기만 하다. 기왕에 있는 세제나 지원혜택도 생색으로 끝나 장애인 모두에게 돌아가지도 않는다.
이런 온갖 장애는 장애인들을 또다시 2중의 장애자로 만드는 아픔이다. 이런 역경을 딛고 꿋꿋이 살아가고,더러는 뛰어난 업적마저 남기는 장애인들에게 질시나 박대대신 「인간승리」의 귀감으로 갈채를 보내는게 우리의 도리가 아닐까.
장애인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임을 거듭 강조해둔다. 그리고 누구나 장애인을 장애자로만 여겨 따돌리려할때 그 자신이 바로 마음의 장애인이 되고 만다는 사실도 아울러 깨우쳐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