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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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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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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반찬가게를 낸다고 허풍을 떨었다. 이 사업에 끼어들면 큼직한 이권을 얻는다는 미끼로 10억원을 겁없이 삼켰다. 속은 쪽은 사업보다 반찬맛에 말려들었을 것이다. 거액의 뇌물을 진상한 것을 보니,진짜 이권이었다면 쉽사리 떼돈을 벌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청천벽력 같은 사기극임이 드러났다. 속인 장본인은 전직 통일원 차관이니 요지경 세상을 비웃는 우화가 아닌가. ◆사기의 전마른 간단하다. 미끼라면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추진중인 통일동산에 공원묘지 허가권을 얻어 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24만평이나 된다니 속이 벌렁벌렁 뛸만했다. 공원묘지 허가와 조성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서울주변엔 그럴만한 장소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진짜였다면 땅 짚고 헤엄치기 돈벌이이다. 게다가 전직 차관이라는 배경도 든든하다. 희극같은 금권 유착의 유희가 이래서 벌어졌다. ◆사기는 이제 망인의 유역에까지 손을 뻗치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묘역난이 결국 허를 찌른 셈이다. 전국의 묘지화라는 끔찍한 소리까지 들릴 지경에 이르렀다. 1년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만큼 늘어난다. 화장보다 매장을 원하기에 해마다 매장비율이 증가만 한다. 사설묘지 면적과 분묘의 크기를 제한했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묘역난을 부채질하는 요인도 있다. 요즘 날로 팽배해가는 지역이기주의다. 우리 마을에 혐오의 대상이 되는 땅은 내어줄 없다고 한사코 반대다. 그래서 그린벨트도 헐어내고 사설 호화묘지가 기세를 꺾지 않는다. 아직은 버틸만 하다고 하지만 언제쯤 가서 폭발점에 이를 지 아찔한 느낌마저 안겨준다. ◆묘제는 법이나 강제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풍습과 의식의 변화와 전환이 없는 한 불가능하다. 단기대책도 시급하지만 새로운 묘제문화의 창출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역의 이권화라는 추잡한 사태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산 자의 도덕성과 망자의 평안함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방도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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