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작추진에 노조 “고유맛 잃는다” 반발/「필젠」 「부드바이스」의 세계시장 진출 큰 차질【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맥주를 한수 아래로 여기는 체코의 전통 깊은 맥주양조기업들이 민영화를 틈 탄 서방 맥주회사들의 「자본참여」유혹과 독자적 전통고수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체코국민들은 독일인들에 버금가는 맥주애호가들이다.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백40ℓ로 독일의 1백44ℓ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맥주의 맛에 관한한 독일맥주를 아래로 내려다 볼 정도로 세계최고임을 자부한다.
특히 프라하 서쪽 필젠지방은 독일맥주들에도 흔한 「필젠타입」맥주의 원조로 유명하다. 또 남동부 부드바이스 지방은 미국의 최고급 맥주 버드와이저가 상표를 「도용」하고 있을정도로 수백년전부터 명성을 자랑해왔다.
이 필젠과 부드바이스의 맥주양조장은 맥주애호가들뿐 아니라 체코정부도 「국보급」으로 여기고 있다. 시장경제 도입을 통한 경제회생과 서방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는 체코정부는 이 두군데 맥주양조회사가 만드는 맥주를 장차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최고의 수출품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 및 경영개선을 위한 국영기업 민영화작업의 우선수위에 올려놓고 있다.
문제는 다른 국영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서방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자본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어려운데 있다. 이때문에 해당기업이나 정부의 일각에서는 이 국보급 맥주회사들도 줄지어선 서방자본을 참여시켜 민영화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맥주 애호가들은 물론 정부내에서도 필젠과 부드바이스맥주의 고유한 전통과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순수 국내자본만으로 민영화,「국민기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반론이 거세게 일고 있어 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간 생산량 3억ℓ로 체코내 최대인 필젠맥주의 경우 현재 5가지민영화 방안중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두가지는 모두 네덜란드 맥주재벌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
첫번째는 네덜란드의 「맥주왕가」로 유명한 데그로헨이 주도하는 인터비어사와의 합작방안. 두번째는 순수한 체코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지만 실제로는 배후에 역시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이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가지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여론의 반발이 드세게 일었다. 외국기업과의 합작은 결국 막강한 자본에 완전히 지배당해 맥주자체도 고유한 맛을 잃게 될 것이란 여론이다.
이 때문에 인터비어사와의 합작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방송에서 했던 에제크 민영화담당장관은 노조가 파업을 위협하고 나서자 발언을 취소해야 했다. 외국기업과의 합작에 반대하는 농업부는 인터비어사와의 합작안을 추진한 필젠맥주의 부책임자를 직위 해제,정부내에서도 이견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농업부는 이에 앞서 독일 빈둥맥주의 민영화 참여시도에 가담한 필젠맥주책임자도 파면했었다.
연산 5천만ℓ로 체코내 두번째인 부드바이스맥주도 비슷한 사정이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미국 버드와이저와 상표도용 시비를 해결해야 할 부드바이스가 30% 자본참여를 제안한 미국의 「가짜」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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