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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반값 공급」 치열한 공방/국민당·경실련 정책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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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반값 공급」 치열한 공방/국민당·경실련 정책 토론회

입력
1992.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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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문제 등 질문에 정대표 “곤혹”/실명제 실시·총액임금 반대 “일치”/국민당·경실련 정책 토론회국민당과 경제 정의 실천 시민 연합(경실련)과의 경제정책 토론회가 18일 상오 종로 5가 경실련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재벌 그룹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당과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서민층의 경제 이익을 옹호하는 시민 단체의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이채를 띠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당측에서 정주영대표를 비롯,윤영탁 정책위 의장,정 대표의 6남인 정몽준 정책위 부의장 그리고 조순환대변인 등 4명이 참석했다. 경실련측에서는 서경석사무총장을 비롯,윤원배(숙대) 이진순(숭실대) 장원석(단국대) 최정표교수(건국대)와 경실련 경제 정의 연구소장인 유재현박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경실련이 세들어 사는 허름한 빌딩의 대여섯평짜리 「강당」에서 강철규경실련 정책 연구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모임은 초라한 회의장의 모습과는 달리 열띤 분위기 속에 2시간30분동안 계속됐다.

경실련측 참석자들의 질문에 주로 정 대표가 즉석에서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토론회는 금융 실명제,통화·금융 자율화,토지·주택 정책,농업 정책,재벌에의 경제력 집중,노동 정책등 국민당이 총선에서 내걸었던 공약과 해결해야 할 문제등을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양측은 토론 과정 중 부분적으로 의견일치를 이루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으나 서로의 존립 기반이 다르기 때문인지 많은 분야에서 견해 차이를 노출했다.

특히 경실련측 참석자들은 국민당 정책중 대기업을 옹호하거나 중소기업 육성책과 모순되는 측면,분배를 소홀히 한채 계량적인 성과에 치우친 분야등에 대해 신랄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이같은 질문들에 정 대표는 최근 일련의 토론회에서 보여준 「노련함」으로 거침없이 대처해 나갔으나 몇몇 대목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경실련의 의견을 존중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날 양측간에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오간 부문은 역시 아파트 반값 공급 문제. 경실련 토론자의 『채권 입찰제를 없애는 등 제도를 고치면 당연히 분양가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그게 바로 콜룸부스의 달걀같은 얘기』라며 『건설부도 우리당의 공약을 보고 아파트 값 인하가 가능하다고 했다더라』고 맞받아쳤다.

정 대표는 그러나 『그런 식으로 아파트 값을 내릴 경우 시가와의 차액으로 투기 요소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당이 가난한 사람과 잘 사는 사람의 차이를 두지 않다보니 미처 생각지 못한 점이 있다』면서 『앞으로 가난한 사람을 위주로 하는 경실련의 입장을 받아들이겠다』고 수용.

○… 경실련은 또 『통화량을 확대한다고 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한국은행의 자율화를 얘기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대기업에 대한 여신규제를 완화할 경우 국민당이 주장하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자금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라는 등의 질문으로 정 대표를 곤혹스럽게 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기업이 생산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통화량을 생산량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일선 기업의 사정을 설명한 뒤 『한국은행에는 이같은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설득하면 이해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 대표는 여신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부 여당이 정치 자금 확보를 위해 대기업에 금융 특혜를 듬뿍듬뿍 주는 게 문제다』라며 『현대는 정부 덕분에 부채 비율이 제일 낮게 됐다』고 말해 정부의 금융 개입에 화살을 돌렸다.

정 대표는 또 현대가 간척한 서산 농장과 관련,『바다에서 건져 올린 땅도 국토이므로 언젠가는 모두 매각할 것』이라며 『적절한 때에 시가의 반값에 팔겠다』고 주장해 재벌의 토지 과다 소유라는 비판을 피해 나갔다.

이같은 상호 공박의 과정에서 양측은 같은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금융 실명제 실시나 부동산 투기 근절,총액 임금제 반대등에 대해서는 국민당과 경실련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일부에서는 경실련측이 국민당의 입장을 수긍하기도 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정 대표가 『원칙적으로 동감』이라는 입장과 함께 『그러나 미국의 포드사나 일본의 도요타사가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있듯이 우리도 인위적인 분리는 곤란하다』고 말하자 경실련측도 공감을 표시했다.

경실련 내부의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이날 모임이 「정책 정당」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국민당측의 계산에서 성사됐는지는 모르나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갈등 해소 과정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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