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문제가 마지막 정비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16일 하오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을 마치고 나온 김영삼 대표최고의원이 『누가 경선에 나오든 개의치 않고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하겠다』고 말함으로써 경선 구도에 변화를 주게된데다가 박태준 최고의원이 18일로 내정했던 경선 출마 회견을 돌연 연기한 사실 등이 경선 문제에 대한 매듭을 빠르게 짓게 될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그동안 김 대표 자신은 직접 박태준위원 배제론을 거론한 적이 없지만 측근에서는 「노 대통령을 대리해 민정계를 위탁 관리해온 박 위원의 출마는 경선의 형평성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박 위원이 경선에 나서면 김 대표가 경선을 포기하고 탈당할 우려가 있다」는 말까지 나돌게 만들었다. 이러한 친김측의 강경한 자세가 민자당의 경선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오던 것이 사실인데 김 대표가 공식적으로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자유 경선에 의해 뽑는 것은 오랜 세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나의 신념이자 대도」라고 발표함으로써 그만큼 경선의 테두리를 넓히고 투명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게 하는 것이 된다.
김 대표의 완전 자유 경선 수용 선언은 박 최고위원의 출마를 수용한다는 쪽 보다 박 위원이 결국 경선 대열에서 물러설 것이라는 판단아래 취해진 태도라고 분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 같다. 박 최고위원을 지지해오던 이른바 비김대표 진영의 기류가 16일 밤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김 대표에 의한 경선 구도의 완전 개방과 한편으로 비김대표 진영의 후보 단일화 실패 등이 박 위원의 사퇴를 용이하게 만들어 줄 소지를 안고 있다고 풀이되기 때문이다.
박 위원의 출마가 거의 결정적으로 포기로 기울어졌다고 볼때 다음 단계는 이종찬의원과 이한동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럴 경우 구민정계의 표는 산표 될 성산이 더 커진다.
또 양 이의원의 지지기반이 일정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모두가 당규에 명기된 각 시·도별 대의원 50명이상 추천을 무난히 받아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소리마저 들리고 있다.
정당이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여당에서 그 같은 절차가 채택된 예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들 눈에는 파벌 싸움이나 벌이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같은 현실 여건을 외면할 수 없다고 본다면 민자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문제는 하루빨리 매듭지어져야하며 경선 후에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한 조치를 미리 강구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결심이 경선의 방향 설정에 조속히 작용해 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 정권 담당자가 차기 정권 담당자의 선정에 관심을 표시하는 것은 일종의 책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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