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람들은 건강비법으로 태극권을 즐긴다. 그러나 중국사람들이 유연한 태극권 대신 조깅을 한다면 어찌 될까. 중국사람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하면,탄산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고,그 때문에 지구대기의 온실효과가 심해져서 엄청난 기상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이것은 중국의 12억 인구를 빗댄 농담이다. 그러나 그 12억을 바로 이웃한 우리에게는 그것이 농담 아닌 현실일 수도 있다. 앞으로 중국의 산업화와 모터리제이션(자동차화)이 급속하게 진행이 된다면 어찌 될까. 요즘 철에 우리가 겪는 황사현상과,이미 심각한 산성비와 산성눈의 원천이 어디인가를 생각한다면,자칫 그 결과가 우리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하고 남는다.
근래 북경을 방문중인 이상옥 외무장관이 다시 한번 동북아 여섯 나라의 환경협의체 창설을 제안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것은 환경대책이 나라의 단위를 넘어선 지역 또는 지구규모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국제사회 공통의 인식이다. 그런 만큼 중국도 협의체 구상을 수긍하고 있으며,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적극 참여도 틀림이 없다. 동북아 환경협의체가 조만간 실현되리란 전망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하여 동북아 환경협의체가 실현되는 경우,우리나라는 국내 환경대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중국어쩌면 중국과 북한의 환경대책을 도와야 하는 벅찬 부담을 안게 된다. 그래서 협의체 안에서의 핵심적인 역할은 일본의 돈과 기술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일본의 자금력과 기술력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경문제가 일본 패권의 한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그림은 지구환경·개발회의를 앞둔 국제환경정치 역학의 한 축도라고 할 수가 있다. 이 그림에서 일본은 선진공업국 「북」을 대표한다. 중국은 선진국의 환경파괴 책임을 추궁하며 선진국의 환경원조를 요구하는 제3세계 「남」이다. 이 틈에 「남」도 「북」도 아닌 신흥공업국 한국이 끼여있다. 그는 「북」이 아니면서 「북」의 부담을 지는 대신,「남」이 아니기에 「남」이 요구하는 특례를 누릴 수가 없는 「두겹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 사정은 72년 6월 스톡홀름 지구환경회의로부터,오는 6월 리오 데 자이네로 지구환경·개발회의에 이르는 20년의 세월을 반영한다.
「하나 뿐인 지구」를 주제로 했던 20년전 스톡홀름회의 때,한·중·일 3국의 처지는 지금과 판이했다. 중국은 그 전해(71년) 유엔에 가입한 여세를 몰아,우리나라의 대표성을 부인하는 등 회의 분위기를 휘저었다. 그때 1인당 국민소득 3백달러이던 우리나라는,그런 수모를 당하면서 제3세계 편을 드는 것으로 족했다. 일본은 당시의 「공해대국」으로서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뒤 20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중국은 냉전논리에서 해방된 대신,환경문제에서 「북」을 대변하는 자리를 더욱 굳혔다. 우리나라는 제3세계를 벗어난 자리로 옮겨 앉았다. 일본은 자기나라 공해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그 과정을 통하여 터득한 환경기술과 경제력으로 하여,지구환경대책에 돈과 기술이 아쉬운 온 세계가 우러러야 할 그런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같은 변화의 단적인 나타남은 다음 두가지 사례에서 확인이 된다.
하나는 작년 6월 북경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개발도상국회의」. 이 회의 결과로 나온 북경선언은,쉽게 말해서,선진공업국인 「북」이 해마다 7백억달러의 신규 환경원조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지난 3∼4월에 걸쳐 뉴욕에서 열린 지구환경·개발회의 마지막 준비모임도,지구헌장 초안에는 합의했으나,「남」 「북」간의 환경원조 문제로 사실상 결렬상태에 빠졌다.
다음은 지난 15∼17일간 동경에서 열린 국제환경 현인회의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참가한 이 회의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다케시타(죽하등) 전 일본수상 이름으로 소집이 됐다. 쉽게 말하면 환경의 「남」 「북」문제 해결을 위한 돈과 기술을 일본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반영한 회의다. 일본사람들이 이르는 바 「국제공헌」이 자위대의 해외파병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북경선언에 이르는 일련의 협상에서,우리는 방청객이나 다름없이 행세하다가,오늘 27일 인도에서 열리는 마지막 개발도상국 회의에 처음으로 환경처 장관이 참석한다. 동경 현인회의는 「남」과 「북」에서 고루 「현인」을 초정했다지만,우리나라는 빠져 있다. 「남」도 「북」도 아닌 우리 처지가 여기 잘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처지는 우리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른바 「지구환경을 담보로 한 지구규모의 경제 전쟁」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의 쓴맛은 우리가 어영부영 넘겼던 몬트리올 의정서(87년)의 프레온(CFC)가스 규제로 이미 맛보고 있다. 그 의정서의 결과로 4조원에 이르는 전자제품 수출이 타격을 입고,대체가스 개발에 아직도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작년 6월에야 처음 외무부에 과학환경과를 신설하고,환경대사직제를 신설한 20년 만학의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정상이나 정부 수뇌가 참석할 오는 6월 유엔 환경개발회의는 그 성패가 아직 불투명하고,성공하더라도 한갓 「지구환경 잔치」로 끝날 공산이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이 회의가 국제 환경정치에 제대로 참여하는 한 계기가 된다. 회의에서 비남비북의 처지를 반영함은 물론 지구환경문제에 응분한 부담을 약속함으로써,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선양해야 한다.
아울러 더 중요한 것은 「지구환경을 담보로 한 전쟁」이 어차피 냉전다음의 장기전일 수 밖에 없음을 깨닫고 태세를 가다듬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외무부 초대 환경대사인 권인혁대사가 제시한 방안은 경청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장기적인 근본대책이야 따로 있을 것이지만,그가 제시한 단기대책은 ①정부 모든 부처의 환경전담 부서 신설과 전문인력 배치 ②부처간 조정기능 강화 ③환경관계 자료와 국제동향의 신속한 파악 등이다. 이것이 당면한 「전쟁」을 싸워 이기는 대비의 최소한이다. 이를 시발로 하여,20년 늑장을 만회하고,「환경안보」를 확보하는 계기를 잡아야 마땅한 것이다.<상임고문·논설위원>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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