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실패따라 명분도 약화/YS 노심 교감바탕 “수용” 선수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자유경선 입장 재확인에 이어 박태준 최고위원의 불출마 결심이 사실상 확인되면서 대선후보 경선을 둘러싼 두사람간의 함수관계가 새삼 주목되고 있다. 예상됐던 경선구도의 흐름을 뒤바꾼 두 움직임은 표면상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는듯 비쳐지나 지금껏 두변수가 서로 맞물려 전개돼온 까닭에 경선국면의 미묘한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의 입장표명이 16일 노태우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직후에 나왔고 곧이어 박 최고위원 진영의 분위기가 변했다는 점에서 두가지 상황을 매개한 축은 여권핵심부의 의중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바꿔말해 박 최고위원이 나서는 양상은 청와대와 김 대표 모두가 원치않는 구도라는 교감이 이뤄졌고 이에따라 여권핵심부의 메시지가 다양한 채널로 박 최고위원에 전달됐다는 해석이다. 그 결과 박 최고위원의 후퇴 가능성이 어느정도 점쳐짐에 따라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김 대표가 명분을 앞세운 선제수순을 밟았을 개연성이 큰것으로 관측된다.
박 최고의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실제 여권고위인사가 그와 수차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바탕위에서 박 최고위원도 노 대통령의 지원을 배제한 자신의 현실적 당내 지지판도와 거취문제를 신중히 저울질 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출마의지를 강력히 표명해왔던 박 최고위원이 끝내 주저않을 경우 여권내 역학관계의 결과였다는 측면보다 인위적인 「눌러앉히기」란 인상을 지울수 없게 될것이다. 때문에 경선구도가 김 대표와 이종찬의원을 비롯한 2∼3파전으로 정리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또한차례 굴곡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후보경선을 넘어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여권이 안아야할 부담이기도 하다.
○…16일까지만해도 출마를 당연시했던 박 최고위원이 17일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급기야 8차 중진협모임서 불출마결심을 토로하기까지에는 객관적·주관적 상황들이 복잡하게 작용했다고 봐야할것같다.
특히 15일 이후 2차례 안기부장을 만나 전달받은 여권핵심부의 의중이 박 최고위원의 발목을 잡았고 이런 상황에서 그의 선택폭은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그만큼 미묘한 대목이기도 해 비록 박 위원이 불출마한다해도 변수가 될것임에 틀림없다.
박 최고위원측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핵심부의 「의중전달」은 이날처럼 직접적인 방법외에도 여러가지 채널을 통한 간접전달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따라 대통령을 대신해 민정계를 관리해온 박 최고위원으로서는 본인의 대권욕보다는 「민정계의 생존」을 위해 경선에 나서야겠다는 출사표의 명분이 희석되면서 마음이 흔들리게 됐다는 관측.
특히 그동안 중진협에서 박 최고위원을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져온 박철언의원이 15일의 불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중립적 태도를 밝힌것도 여권핵심부의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진협의 다른 멤버들도 이를 감지한듯 당초 실질적 단일화의 방식으로라도 박 최고위원을 추대하려는데서 후퇴,다시 완전 단일화라는 원칙적 입장으로 돌아서 버린것도 같은 맥락일것이라는 풀이이다.
이와함께 박 위원도 『이종찬의원은 몰라도 이한동의원까지 나오면 단일화는 결렬』이라는 당초의 입장에 입각,이미 단독출마불사를 외쳐온 두 이 의원을 업고 퇴로의 수순을 밟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사실 상도동의 핵심 서클에선 반김 진영의 중진협이 박 최고위원으로의 후보단일화 움직임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그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적지 않았다. 여권핵심부와의 물밑 채널을 유지해왔던 최형우 정무장관 등은 박 위원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는 듯했던 16일에도 꽃샘바람을 비유로 들며 『좀더 두고보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또 다른 핵심측근도 『약발이 어떻게 먹힐지 모르나 박 위원에게 요로에서 다양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속단하지 말라』는 말을 숨기지 않았었다. 또 김 대표에게도 『후보경선문제의 단면을 보고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김 대표측은 박 위원의 출마여부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노 대통령과 김종필 최고위원 등 합당 3주역간의 이른바 합당정신복귀쪽으로 시선을 돌려 왔음도 사실이다. 풀어말해 박 위원의 독자적 당내기반은 취약하다는게 상도동의 판단이었고 따라서 청와대와 박 위원간에 「있을수 있는 고리」에 확실한 쐐기를 박아두는 것이 문제해결의 수순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박 위원이 단기형태의 출마를 선택하지 못할것』이라는 김 대표측의 전략은 적지않은 약효를 발휘한 것으로 보이며 김 대표가 『모든 경선구도를 수용하겠다』고 언명한것도 이같은 상황인식을 깔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경선 구도를 2파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당초의 시나리오는 박 위원의 거취결정에 따라 다소 흔들릴 수 있겠지만 설령 3∼4파전이 되타고 해도 합당 3주역의 신뢰가 전제되는 한 그 싸움은 크게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현재 상도동의 계산이다.<신재민·이유식기자>신재민·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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