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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희의 착각/정희경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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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희의 착각/정희경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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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암살범 안두희씨는 범행 43년만에 김창룡 특무대장 장택상 외무부장관 등 이미 역사속에 묻힌 인물들만 배후로 거명한채 더이상 말을 하지않고 있다.안씨는 8년간이나 그를 집요하게 추적해온 민족정기구현회 권중희회장에게 『군인이 정치에 말려들 필요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김창용에게 이용당했다)』라고 자조섞인 고백을 했었다.

그러나 이 답변 역시 권씨의 6시간동안의 추궁끝에 『더이상 괴롭히지 않을테니 역사규명을 위해 진실을 밝히라』는 말뒤에 나온 것이다.

안씨가 지난 65년 곽태영씨에게 피습당한 이후 가명을 쓰고 수십차례 거처를 옮겨가며 숨어 살아왔고 2년전부터 중풍을 앓아온 점을 생각하면 이번 증언 역시 더이상의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위한 선택일 가능성이 짙다.

그는 첫 증언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고 방송사에서의 인터뷰에서도 『내가 권씨에게 온몸을 폭행당한 사실을 꼭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사실 국민들은 40여년간의 도피인생으로 만신창이가 된 그를 측은하게 여길 수도 있다. 또 그가 밝힌 것이 알고있는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창용씨의 가족들이 생존해 있어 「의리」때문에 단독범행을 주장해왔다』는 그는 더 확실한 열쇠를 쥔 사람과의 의리때문에 그 이상의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 모른다.

백범의 유가족과 학자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도 안씨의 증언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43년간의 의혹을 이 기회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이 해방이후 친일파들의 득세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길이라는 것이다.

안씨는 더 이상 역사에 죄를 짓지 않으려면 작은 의리에서 벗어나 민족과 역사 앞에 모든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

언론의 집요한 추적과 재조명에도 불구하고 안씨만큼 침묵하고 있는 정부도 소장자료를 공개하고 사실규명 차원에서의 재조사에 나서 불명확한 민족사의 한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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