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덩이 입양」… 26세 처녀되어 고국서 결혼식/“뿌리 찾으려고 방한 결심/단서 얼굴뿐,가족 못찾아”생후 보름만에 버려져 스웨덴으로 입양됐던 여자아이가 스물여섯살의 처녀가 되어 돌아와 고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6일 상오 10시30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한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신랑 케네스 토마손군(28)의 손을 꼭 잡고 크리스터 실벤 주한 스웨덴대사(56)의 성혼선언을 듣고 있는 에바 욘순양(26)의 모습은 공단한복이 아니더라도 여느 한국 여염집 규수였다.
자신의 생일로 되어있는 이 날을 택해 결혼식을 올렸지만 정확한 생일은 아무도 모른다. 「공지운」이라는 한국이름도 누가 지어준 것인지 알 수 없다.
66년 4월말 서울시립병원 영아임시보호소 문앞에 버려진 그녀 곁에는 다른 아기들과 달리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은 종이쪽지 한장 없었다. 이 아이는 5개월후 스웨덴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스톡홀름에서 4백㎞정도 떨어진 토시비라는 작은 마을의 회계사 집안에 입양된 아이는 에바라는 이름으로 자라났다.
대학에서 스웨덴어를 전공,중학교 교사가 된 에바는 88올림픽을 보고 뿌리를 찾겠다는 용기를 갖게됐다.
벌목운송사업을 하는 토마손과 결혼을 약속한 뒤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먹고 스웨덴 입양아센터의 한국 파견인 브리기타신씨와 남편 신광섭씨(54)를 통해 방한을 추진했다.
신씨는 12년전 한국일보의 「표주박」란을 통해 스웨덴 입양아와 부모의 상봉을 이루어주기도 했던 사람이다.
10여명의 하객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식을 치른 에바양 부부는 하오에는 용산군 한남동 감리교 여선교회관에서 자신을 입양해준 대한사회복지회 남경현회장(53·여)과 차윤근이사에게 폐백도 드렸다.
부부는 22일부터 3박4일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뒤 스웨덴으로 떠난다. 진짜이름과 생일을 알려하는 에바양은 자신의 얼굴외에 아무런 단서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국어도 『합니다』라는 앞뒤없는 한마디밖에 모른다.<하종오기자>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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