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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누구와도 경선하겠다”/경선구도 변화 불구 미묘한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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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누구와도 경선하겠다”/경선구도 변화 불구 미묘한 자신감

입력
199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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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어렵고 독자행태땐 배제명분 약해”/경선전 “압도적 세과시 조치” 구상 세운듯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16일 노태우대통령과의 주례회동 직후 어떠한 경선구도이든 정정당당히 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박태준 최고위원의 출마표명이후 가변적 요소를 함축했던 경선양상이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민정계 수장격인 박 최고위원의 출마에 내심 거부감을 가져왔던 김 대표가 다시금 정면돌파 방식을 택한 것은 일단 노 대통령과의 교감에 의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바꿔말해 박 최고위원의 출마표명이 여권 핵심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닌 사실상 단기형태의 포석이라는 상황인식을 했고 이에따라 이미 3인 최고수뇌부간에 가닥을 잡았던 경선구도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이다.

이와함께 김 대표는 자신이 박 최고위원을 「기피」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오히려 반 김 진영의 유대감을 강화케하는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전술적 계산도 했을법 하다.

김 대표측은 그동안 「박 위원 배제론」의 핵심논리로 그의 민정계 대표성을 들어 왔다. 노 대통령을 대리해 민정계를 위탁관리해온 박 위원의 출마는 그 자체로써 산술적 표계산의 의미를 상실케할만큼 경선의 형평성 원리를 훼손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박 위원이 민정계의 단일화 후보로서가 아닌 독자출마 형태로 경선에 참여할 경우에도 과연 배제의 명분을 살릴 수 있겠느냐는 고민이 생긴 것이다. 즉 17일의 최종회동 결과를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단일화가 끝내 결렬,박 위원이나 이 의원 등이 「단기형태」의 출마선언을 하게된다면 이를 거부할 명분은 희박해진다고 본것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경선구도가 당초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민정계 중진협의 결론에 대해 크게 개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반응은 결국 김 대표측이 변화된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모종의 복안을 이미 강구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요컨대 박 최고위원의 출마가 철저한 단기형태,즉 노 대통령의 의중이 완전배제된 채로 그가 출마한다면 이마저 크게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최선의 선택은 못될지라도 수용가능한 차선임을 부인하진 않겠다는 적극적 자세이다. 또다른 측근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무시한채로 박 위원이 출마를 결행한다면 이는 일종의 「경선쿠데타」』라고 주장,『박 위원도 결국 경선과정서 현실적인 한계를 절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어쨌든 지난 15일 박 위원이 여권핵심부의 고위인사와 만나 사실상 경선출마 의사를 분명히 한 대목 등 김 대표측의 기대와는 달리 전개된 상황은 새로운 대응을 요구했다고 해야할 것 같다.

따라서 김 대표 진영은 1대 1 구도의 당초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때문에 후보등록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있은 16일의 청와대 주례회동에서도 김 대표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후보구도에 대한 입장 설명을 청취했을 것이나 추가적인 주문 등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김 대표로서는 박 위원이 출마할 경우 이것이 노 대통령의 「의중밖 행동」임을 확인하려 했을 것이고 이에따라 「조용한 대응」의 관망적 자세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가 회동전 『박 위원의 거취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게 아닌데 추측들은 잘도 하는구면…』이라며 좀체로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박 위원이 출마하는 차선의 구도를 이미 수용한 증거로도 읽혀졌다.

그런가하면 이춘구총장이 『김 대표가 특정인의 출마를 배제한다는 얘기를 한적이 없다』고 수차례 못박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여겨진다.

김 대표 진영이 『「노­김 대좌」에서 더이상 나눌 대화는 없다』는 식으로 상황진단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나 반 김 대표 진영의 동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 배경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측의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선구도의 의외성에 따른 우려의 시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 위원의 출마가 아무리 노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다해도 결국 노 대통령이 대의명분을 내세워 엄정중립을 지키게 될 경우 경선결과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16일의 주례회동에서 박 위원의 출마를 전제로 한 「노­김」간의 추가적 묵계가 이루어졌을 가능성 또한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2인이상의 복수후보 등록을 용인하되 등록후 전당대회 소집일까지의 20여일을 「추가조정기」로 설정,세의 유·불리를 대의원들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조처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김 대표 주변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김 대표 진영은 대권가도의 새국면을 맞으면서 복합적인 모색기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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