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사법파동이라 할 변협에 의한 사법부 부조리 시정요구 사건은 문제의 본질은 덮어둔채 어정쩡하게 막을 내린 것 같다. 이번 사건은 재조·재야라는 입장만 다를 뿐 한솥밥을 먹는 처지에서 변협이 유례없이 사전 공개라는 비상수단을 불사하며 사법부의 부조리 행태를 과감히 고발했던 만큼 그 결말도 딱 부러질 정도로 분명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눈에는 그 결말이 도대체 흐릿하기만 하다. 우선 문제를 제기한 변협측부터가 사태가 폭발적으로 번질 기미에 지레 놀란 탓인지 대법원을 찾아가 유감을 표시하고 자료를 공개한 공보이사를 물러나게 하는 등 꼬리감추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한편 사법부도 문제가 터지자 국민앞에 다짐했던 진상조사의 결과와 부조리 방지책은 어디다 뒀는지 그 이후 아무런 속보가 없다. ◆이처럼 문제의 핵심을 서둘러 타협한 인상마저 남기면서 일종의 감정싸움의 냉기류만 흐르고 있다고 한다. 사법부측은 변협측의 무사려한 공개태도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 부조리의 증거제시를 요구하는가 하면 변호사들의 법관방문을 막는 등 맞대응을 한다는 소리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1차 사법파동때는 행정권에 당하기만 하는 사법부에 대해 국민들의 말없는 성원이 대단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때완 정반대인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왜 법복이 사제복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인가를 오히려 사법부에 반문하고 있다. 사제와 같은 고뇌와 양심까지는 접어두고라도 통상적인 부조리 시정요구에 마저 정면대응을 못한채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있는데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심적인 법관과 변호사도 많고 법조계에 새로운 세대들도 점차 뿌리를 내려 기성세대의 타협풍조에 반발하고 있고,이번 사태도 그 증좌의 하나라는 소리도 들린다. ◆마지막 보루라고 할 법조윤리마저 무너지면 나라기강도 무너진다. 사법부도 변호사들도 이번 파동을 진정 부끄럽게 여긴다면 지금부터라도 본궤도를 찾는 몸부림을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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