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명인) 현 일왕의 저격장면이 담긴 MBC TV 미니시리즈 「분노의 왕국」의 내용을 에워싸고 한·일 양국간에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던 끝에 일본의 시위대가 요코하마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에 난입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비록 일본의 일부 극우단체가 저지른 행동이라고 하지만,시위차량이 치외법권지대인 한국공관 뜰에까지 들어와 소란을 피웠다는 것은 주권침해 행위로써 있을 수 없는 폭거임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더욱이 지난 주말부터 「분노의 왕국」의 방영에 자극을 받은 극우단체들이 연일 동경의 한국대사관을 비롯하여 오사카 총영사관과 센다이 영사관 등 한국공관에 시위를 벌여왔던 만큼 일본의 경찰당국은 당연히 한국공관의 경비를 강화,시위대의 불법자행을 미연에 방지했어야만 했다.
일본에서 시위를 하려면 사전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감안할때 이번의 요꼬하마 한국 총영사관의 난입 소동은 수수방관하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점 일본정부는 사과해야 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비문명적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비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웃나라의 창작 드라마를 자기나라의 국민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교경로를 통해서 압력을 가해온 일본정부의 발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선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외교적 압력에 의해서 좌지우지 될 수 없다.
일본이 정부의 요청으로 그런 일의 수정이 가능할 수도 있었던 권위주의시대의 관행을 염두에 두고한 처사라고 한다면 그것은 한국의 민주화를 무시하고 부정한 셈이 된다. 드라마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우선 해당 방송국에 먼저 통고하고 협의할 성질의 일이지,주한 일본대사가 우리 외무부를 방문 항의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다.
MBC측의 해명대로 이번 드라마의 목적이 반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의 장점을 과감히 수용,극일의 길을 지향하자는데 있다는 것을 생각할때 일본의 조야가 단순히 아키히토(명인)의 저격장면만을 가지고 혐한운동을 벌이려는 것 같아 진정한 한·일우호를 위해 걱정이 앞선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사실이 아닌 픽션이다. 일본이 드라마의 기법상 순종의 손자로 나온 주인공의 대일감정을 극명하게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장면 하나를 상대로 더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까지도 일왕이 일본 국민의 정신적 지주로써 경외의 대상으로 존경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일본의 일왕에 대한 지나친 과민반응과 함께 맹목적인 추종을 보이는 것은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과 연결돼 우리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칫 자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로 반일과 혐한의 바람직하지 않은 양극 현상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사태가 오지 않기를 거듭 바라마지 않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