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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달러의 생일잔치/김일성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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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달러의 생일잔치/김일성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사설)

입력
199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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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세계에서 전국민을 희생시키고 국가재정을 물쓰듯 낭비하며 통치자의 생일을 억지 자축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을 것이다. 독재자인 스탈린과 모택동도 생일에 김일성과 같은 해괴한 광란을 벌이지는 않았다. 우리가 80회를 맞는 김의 생일 소동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흥미와 조소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인생낙조에 접어든 김과 북한도 결국 세기적인 대변혁의 물결을 외면할 수 없으리라는 전망 때문인 것이다. 현재 북한이 안팎으로 얼마나 심각한 위경에 처해있는가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그럼에도 김일성이 북한 무역고의 5분의 1이 넘는 1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경비를 들여 소위 우방국 대표들을 대거 초청하고 각종 축제행사를 벌이는데는 나름대로의 고육지책임을 꿰뚫어 봐야한다.

즉 동구체제가 붕괴되었다 해도 북한은 건재하다는 것을 밖으로 PR하고 안으로는 주민들에게 김의 지도력을 새삼 과시하려는데 목적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돌이켜보면 8·15 광복이후 김이 걸어온 길은 한마디로 민족에 대한 죄악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다. 1945년 33세의 나이로 소련 군정의 꼭두각시가 되어 북한의 붉은 통치자가 된 이래 허울좋은 미명아래 주민들을 탄압·착취하였고 반대파를 숙청·살해하여 확고한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해왔다. 또 6·25 기습남침으로 수백만의 동족을 살상케 하고 전국토를 폐허화 하였으며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고 온갖 대남선전 선동 교란 침략기도를 자행해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김일성의 모습은 47년전과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소위 통일문제 대남자세만 봐도 그렇다. 김은 올해 신년사에서 작년말 채택된 「남북한 기본합의서」를 『7·4공동성명 정신을 바탕으로 한 가장 정당한 통일강령으로 서둘러 이행해야 할 것』이라면서 동합의서가 발효된후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온갖 이유를 붙여 남북관계가 단 한발짝의 진전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전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핵문제의 경우 『북한은 핵을 갖고 있지도 않고 또 개발하지도 않는다』면서도 IAEA(국제원자력기구)와의 사찰협정을 이제서야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했지만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위계로 지연작전을 펴나갈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김이 장차 얼마나 더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뒤늦게나마 죽기전에 민족에 대해 「큰 회개 큰 반성」을 할 것을 촉구한다. 인생은 유한한 것이다. 아무리 주민들을 억압하여 철권통치를 하고 자신의 신격화 우상화를 위해 역사와 경력을 날조하여 북한 전역을 동상과 기념물들로 박물관화 했다 해도 시대적인 변화의 물결은 끝내 거역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스탈린과 차우셰스쿠,티토가 죽은뒤 어떻게 평가되고 있고 그 나라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마음과 신뢰와는 전혀 무관한 대원수 칭호를 수백개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마디로 김부자 세습왕조가 지속되리라고 본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김이 자신의 사후 북한이 대혼란­대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북한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남북간의 각 분야 교류로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완전한 남북한 핵동시사찰 등을 조건없이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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