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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의 경제/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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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의 경제/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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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대통령의 6공화국 경제정책은 실패인가,성공인가,아니면 「보통」인가. 노 대통령은 최근 언론 각사의 발행인,주필,편집국장 등 경영 및 제작 책임자들과 연속적으로 「간담회」 형식의 자리를 가졌다. 과거에도 이따금 있어온 「자리」다. 정부가 언론에 대해 고압적 설득의 장으로 애용해왔던 것이다. 권위주의적이던 5공화국의 잔재다. 노 대통령은 이런 「언론과의 만남」에서 6공의 「경제실정」 논조에 대해 강도있게 힐난했다는 것이다. 『6공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이 무엇인가』6공의 경제실적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시비를 가리자는 뜻보다는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올바른 후보」를 선택하는 길잡이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앞으로 5년은 낭비할 수 없는 시간이다.

6공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엄청난 시행착오와 그 시정의 몸부림 과정이다.

6공에 대한 경제적 평가는 이 시정정책의 성패여부에 달려있다. 즉 다음 정권에 어떠한 경제를 넘겨주느냐에 좌우된다. 6공은 5공으로부터 건실한 경제를 이어 받았다. 그러나 출범부터 재난적인 오류를 범했다. 당시 경제상황은 안으로는 올림픽경기,밖으로도 폭발적 수출붐으로 「단군이래의 호황」이었다.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한국의 「제2의 일본화」를 우려한 미국은 시장개방,환율자유화,금융개방 등 파상적인 개방압력을 본격화 하기 시작했다.

이 안팎의 복합적인 경제여건 변화에 진단과 처방이 크게 빗나갔다. 정부당국자는 신기루를 현실로 착각했다.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이 계속 신장,방치하면 국제수지의 흑자폭이 증폭될 것으로 판단했다. 6공 1차연도인 88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가 각각 1백14억달러,1백41억달러로 87년의 76억달러,98억달러보다 비약했다. 정부는 이 막대한 흑자와 올림픽 특수 및 증시호황 등에 따른 통화량의 과열팽창을 억제하는데 실패했다. 넘치는 돈은 증권과 부동산투기를 지속적으로 가열시키는 용광로가 됐다. 6공의 개발공약은 부동산투기를 전국토로 확산시켰다. 증권과 부동산투기가 국민경제에 끼친 영향은 참담한 재난이었다. 「거품경제」라고는 하나 그 충격적인 역기능은 일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주택·지가의 수배씩의 폭등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의 꿈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경제적 피해 뿐 아니라 근로의욕의 상실 등 전통가치관의 붕괴에 따른 비가시적 손실도 가공하다.

한편 통상정책 등 정부의 정책기조는 바깥에서 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수출보다는 수입,내수를 조장했다. 기업도 해외에서의 도전보다는 국내에서의 재테크 부동산투기 내수확대 이권쟁취를 선호했다.

일본은 올림픽을 세계도약의 전기로 활용,성공한데 비해 한국은 거꾸로 내향화했다. 이 모든 정책적 실패가 오늘의 인플레,국제수지 적자의 증폭을 몰아온 것이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오늘날의 경제문제는 ▲흑자관리의 실패 ▲정책의 비일관성 ▲빈번한 장관의 경질 등에 있다고 지적했다. 6공의 치적으로 쳐들고 있는 경제성장과 주택 2백만호 건설은 인력난,인건비 상승,수입증대 등 경제왜곡의 대가를 지불했다.

6공은 뒤늦게 물가안정,국제수지 개선 등으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다시 전환,시행착오의 후유증 치유에 나섰다. 우리는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또 하나 있다. 금융실명제의 증발이다. 노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한마디로 실행 직전에 물건너 보냈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업마다 비자금이 있다. 지하경제의 원천이다. 정경유착의 젖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최대 장애요인의 하나는 이제는 부패와 부도덕이다. 우리에게는 경제정의도 절실하다.

현 상태로 방치하면 우리경제는 일본형보다는 남미형이 될 우려가 있다. 6공집권 4년여 사이에 아시아 신흥공업국 4개국중 우리만 「용에서 지렁이」로 전락했다. 우리는 차기 대통령 후보자들을 냉철히 평가해야겠다.

비전,철학,결단력… 등등이 있는가,없는가를 따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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