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출마」 관계없이 “실질단일화” 추진/친 김계 “추대전제는 명예후퇴 위한 명분”지금까지 자신의 거취표명에 관해 철저한 침묵으로 일관해온 민자당 박태준 최고위원이 13일 비록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출마의사를 공식표명함으로써 반 김영삼대표 진영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박 최고위원측은 일단 출마를 전제로 한 준비절차에 착수하는 등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나 중진협에서의 「합의도출」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현시점에서 박최고위원이 반드시 후보경선에 나서게될 것이라는 판단은 아직 이르다.
○…박 최고위원의 출마를 전제로 할때 가장 보기좋은 형식은 물론 박 최고위원측이 말하고 있는대로 중진협 7인의 만장일치에 의한 추대.
이른바 「완전 단일화」로 일컬어지는 이 방식은 그동안 민정계의 관리자로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서 대권도전을 위한 정지작업을 삼아온 박 최고위원의 정치행태에 꼭 들어맞는것.
하지만 이미 출마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혀온 이종찬의원과 가진 14일의 「양자담판」에서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못한 점으로 미루어 15일의 중진협 7차 모임에서 박 최고위원쪽으로 완전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한게 분명한 현실이다.
이 의원과 더불어 출마의사를 표명한 이한동의원까지 가세,끝내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고자 할 경우 비록 다수의 지원을 받고있는 박 최고위원이라 해도 이를 누를 방법이 없다.
하지만 박 최고위원쪽으로 완전단일화를 만들자는 것은 곧 이종찬의원 등에 대한 출마포기압력과 같은 것이어서 「또다른 제한경선론」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박 최고위원 측은 『자정을 넘겨서라도 반드시 완전단일화를이루겠다』면서 「실질적 단일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박 최고위원의 출마사표는 어쩔수 없이 이종찬의원의 출마에 관계없는 실질적 단일화의 방향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이한동의원의 지지가 필요조건이 되는데 계속되는 막후접촉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여전히 유동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박 최고위원이 출마할 경우 이에 승복하리라는게 박 최고위원측의 분석.
그러나 이종찬의원은 단독 출마자로 하고 박 최고위원을 반 김 진영의 「공식후보」로 하겠다는 실질적 단일화에도 몇가지 약점이 있어 박 최고위원측은 이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라고 강조.
무엇보다도 박 최고위원측도 인정하고 있듯 중진협 자체가 법적 대표성을 결여하고있어 반 김 진영의 의사를 집약한 「정통성」이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또 직간접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4명과 박 최고위원이 선정한 3명으로 구성된 모임이므로 다수결로 하자면 처음부터 박 최고위원측의 우세였고 때문에 완전단일화가 아닐 때는 명분상 「과연 박 최고위원이 반 김 진영을 대표하는 단일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박 최고위원은 13일 최재욱의원을 통해 출마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중진협에서의 결론」을 내세워 친 김 진영 등에서는 『박 최고위원이 상처받지않고 물러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무성.
친 김 진영의 노골적 압력과 여권핵심부의 완곡한 종용을 받아온 박 최고위원이 이 시점에서 출마포기를 선언하면 결국 친 김 진영에 떠밀린 꼴이 돼 박 최고위원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 반 김 민정계도 정치적 기반을 상실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
따라서 가급적 정치적 손실을 적게 하면서도 박 최고위원이 물러날 수 있는 선택은 『중진협에서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음에 따라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라는게 「명분축적론」의 근거.
즉 『중진협에서 결론이 내려지면 출마하겠다』는 언급은 『중진협에서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수 있기 때문.
이와함께 박 최고위원의 출마의사표명이 본인의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박 최고위원의 출마 여세가 몰고올 당의 파국적 갈등을막기 위해 여권핵심부에서 보다 명시적인 「거중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지금까지는 『청와대로부터 전혀 용퇴종용을 받은바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노태우대통령의 「우산」밑에서 정치적 위상을 다져온 박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의 의중에 무관심할 수 없고 그 의중이 보다 분명한 형태로 나타날 때도 무시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미지수.
따라서 15일의 중진협모임에서 박 최고위원 쪽으로 「결론」이 모아져 일단 후보 등록까지는 마친다해도 그후 전당대회일까지의 30일이란 기간은 급박히 돌아가는 경선정국에서는 「매우 긴 세월」이 되므로 종국적으로 박 최고위원이 후보의 자격으로 전당대회장에 나타날지를 점치기에는 가변적 요인이 수없이 도사리고 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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