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안기부 직원 흑색선전물 살포사건 수사를 정확한 동기와 배후도 밝혀내지 못한채 종결했다. 검찰의 이같은 수사결과를 보는 국민적 시각은 지금 너무나 착잡하고 차갑다. 지금이 5공치하도 아닌데,뻔한 사건을 놓고 25일을 허송한 끝에 얻은게 고작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의 구태의연한 결론이냐는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동기나 배후가 너무나 뚜렷해 누구나 쉽게 짐작이 갔었다. 안기부 대공수사단요원 4명이 팀장을 중심으로 야당후보 비방이라는 정치개입에 조직적으로 동원됐고 많은 증거물도 압수됐다.또한 수사과정에서 불법유인물이 안기부 사무실에서 작성됐고,우편물 겉봉의 필체도 4명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마저 이미 드러난 바 있었기에 범행의 동기와 배후캐기는 시간문제라고 여겨져왔다.
더구나 이 사건 등으로 말미암은 선거 「악재」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최고책임자인 안기부장까지 이미 경질된 마당이기에 이번 사건수사란 정치를 떠나,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면 그만인 사실 확인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번에도 역시 한계를 드러냈고 끝내 국민적 원성을 일으켰다. 막강한 국가공권력을 행사하는 독립관청인 검찰이 시대가 달라진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눈치보기 수사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서야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더욱 답답한 사실은 검찰 관계자들의 이해 못할 발언들이다. 『이미 이 사건은 총선에서 가혹한 심판을 받았다』 『그들의 사기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말들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서 『국민에 죄송하다』며 검찰 스스로 곤혹스러워 한다는 것이 아닌가.
현실적으로 검찰의 고충을 짐작못할 바 아니다. 이번 사건을 놓고서도 사건이 이처럼 크게 터진 마당에 배후는 당연히 밝혀야 한다며 한동안 기관끼리 줄다리기가 계속,범인들의 직속상관인 과장을 소환하기도 했었지만 끝내 검찰이 밀려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또한 막강한 배후를 업은 범인들이 완강히 함구하는 바람에 수사기술상의 애로도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가장 공정하고 신뢰받아야 할 국가검찰권 행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면서 나라를 어떻게 이끌자는 것인지 통치권에 묻고싶다. 검찰 스스로도 시대가 달라진 지금 구각을 털어버리고 제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사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검찰은 이번 사건 기소후일지라도 철저한 보강수사를 계속,못다편 수사의지를 발휘하고 밝혀내지 못한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 국민적 실망과 원성을 달래줘야 한다. 그 길만이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거듭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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