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곤두박질에 한몫/한꺼번에 수억씩 현찰로 빼내/“조사치밀” 현대증권 특히 꺼려주가가 한참 치솟아 오르던 지난 2월초 서울 여의도 D증권 본점 영업창구. 몇년째 5억원대의 주식거래를 해오던 단골 「큰손」 A씨가 주식을 몽땅 처분해달라고 주문을 했다.
증시개방과 함께 주가가 오랜만에 상승세를 타고있고 이에 희망을 얻어 증시를 떠났던 샐러리맨들도 하나 둘 다시 증권사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때 이 「단골」은 거꾸로 주식 계좌를 완전히 정리해버려 주위사람을 의아하게 했다.
A씨는 한술더 떠 매각대금을 전액 현찰로 내줄것을 요구,5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두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전화연락 한번 없다.
A씨는 증권사 직원들에게 앞으로 주가전망도 어둡거니와 특히 세무당국과 금융당국이 주식계좌를 뒤지는게 심상치 않다며 『좀 쉴때가 온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월말의 은행·증권·보험 등 3개 감독원의 합동특별점검(1차특검)에서 주위 사람들이 곤욕을 치른것을 목격하고는 돈보다는 보신을 결심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A씨가 떠난 직후 2차 특검이 시작됐고 국세청의 현대그룹 임직원 계좌조사도 개시돼 주가가 폭락하는 등 증권가는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올들어 잇따르고 있는 국세청과 감독관청의 주식계좌·수표추적 조사가 증시의 큰손들을 증시에서 몰아내고 있다. 이에따라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3년여 계속되는 장기침체로 일반 투자자들은 새로 주식살 엄두도 못내는 상황에서 그나마 장세를 버티어 주던 「큰손」들마저 당국의 서슬퍼런 「검사」 「조사」 칼날에 겁을 집어먹고 몸을 사리고 있다.
올들어 현재 진행중이거나 이미 끝난 각종 금융추적 조사는 모두 5차례. 은행감독원 등 3개 금융 감독원이 지난 1월말과 3월초 두차례에 걸쳐 합동특별검사를 벌인데 이어 이달들어 지난 8일부터 제3차 특별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때마다 은행 단자 증권 보험 등 전 금융기관의 2백여개 점포들이 도마에 올랐으며 일단 검사대상이 되면 조사요원들이 이잡듯이 샅샅이 뒤져대는게 관례다.
특히 3월초의 2차 조사때에는 금융자금이 총선에 쓰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은행 국내지점까지 뒤져 대자산가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국세청은 지난 2월7일부터 2개월간의 일정으로 현대그룹 대주주 및 임원의 주식계좌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지난 7일로 당초 조사기간이 끝났으나 거래원장 등 조사대상 자료가 워낙 방대해 4월말까지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또 현대외에 대림산업 삼미 부산파이프 미원 등에 대한 국세청의 주식이동 조사도 현재 진행중이다.
특히 국세청의 현대에 대한 조사는 워낙 꼼꼼하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어 큰 손들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 마저 지레 겁먹고 현대증권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올들어 10억원내외의 큰손 계좌들이 대부분 활동을 중단하고 「휴면」상태에 들어갔다며 지난 90년의 사정한파 이래 최대의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각종 조사의 여파로 거액자금의 증시이탈이 심화돼 2월초 1조6천9백억원에 달하던 고객예탁금은 3월 중순에 1조4천억원으로 한달여만에 2천9백억원이나 감소한바 있다. 주가는 2월초 종합지수 6백91에서 5백70대로 1백2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D증권 강남 지점장은 5억원 내외의 단골 계좌가 20여개 남아있지만 대부분 당국의 계좌조사가 강화된 3월이후로는 전혀 주식을 사지도 팔지도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