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등 타기업과 형평성 제기/여론유리 판단… “탄압” 맞대응국민당이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서서히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동안 현대와의 관계를 의식,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오던 국민당이 13일 정부조치의 형평성과 정치적 성격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정부대 국민당간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정주영 국민당 대표는 이날 상오 확대당직자 회의에서 『비자금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이상 밝혀져야 한다』며 현대상선의 비자금 수사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뒤 『그러나 정부는 먼저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있는 한보비자금 문제를 밝혀야할 것』이라고 말해 여권의 「아픈 곳」을 함께 거론했다.
정 대표는 또 『이밖에 다른 기업도 비자금이 있다면 밝혀져야할 것』이라며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이와함께 조순환대변인도 사견임을 전제로 『기업에 비자금이 있다면 즉시 밝혀져야 하겠지만 정부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가 정치적 사건과 연결지어 새삼 문제를 삼는 것은 반민주적 방식』이라며 『이같은 불공평한 처사는 6공의 민주화 평가에 상당한 흠집을 낼 것』이라고 주장,같은 맥락의 논리를 폈다.
이같은 국민당측의 태도는 그 동안의 관망자세에 비교할때 분명한 입장변화라 할 수 있다. 즉,정부의 조치에 대해 종래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맞대응으로 나가겠다는 시사로 풀이된다.
국민당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해석된다. 우선 국민당 「대권기획단」의 주요 일원인 송윤재·박세용 전 현대상선 사장이 소환된데다 정 대표 5남인 이 회사 정몽헌부회장의 구속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위기의식 아래 맞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당은 또 여론의 흐름을 자체분석한 결과 정부의 조치를 「탄압」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당 입장에서는 「탈세」라는 부정적 요소를 「탄압」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로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강조해야 할 필요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와함께 국민당이 「비자금」 부분의 비중을 두는 것도 유의할 만한 대목이다. 「탈세」에 비해 「비자금」의 기업관행은 여론의 동정을 사기에 보다 유리할 뿐더러 「비자금」의 용처에 대해선 어느정도 「자신」이 있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선 지난 1월 정 대표의 정치자금 폭로때의 경험을 고려했을 공산이 크다.
국민당은 그러나 이같은 자세전환에도 불구,여전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문제를 거론하면 할수록 현대와의 관계단절 의지는 희석되기 때문이다. 실제 조 대변인은 이날 확대 당직자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디까지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일뿐』이라고 한발 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국민당은 적극적 맞대응이 결과적으로 정부 및 국민당 양측에 대한 양비론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경제악화 등 후유증에 대한 책임당사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부담을 안아야 하는 측면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국민당은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현대문제를 놓고 앞으로도 계속 정부와 고도의 신경전을 벌여야만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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